올리버 폼마반 저/김인경 역
최명화,김보라 공저
최재붕 저
고광열 저
임명묵 저
댄싱스네일 저
'잊힐 권리' 라는 말은 종종 듣게 되는 말이다. 나와는 많이 상관없이 생각하면서 말이다.
일명 '디지털 흔적 삭제' 라는 말인데 내가 잊고 싶은 과거가 마치 주홍글씨처럼 인터넷에 돌아다니고 이를 삭제할 수 없어 고민하고 힘들어하는 세태이야기. 바로 그 이야기를 다룬 책이다. 한 때 '디지털 장의사' 라는 직업이 부각되었는데 이 직업이 바로 이러한 디지털 흔적을 삭제하도록 돕는 역할이다. 최근에는 '장의사'라는 명칭으로 인해 '디지털 평판 관리사' 라는 직업명으로 바꾸긴 했다.
요즘은 SNS의 범람으로 어디서나 아이들과 찍은 가족사진들이 흔하게 페이스북을 비롯한 인스타그램, 카카오스토리 등에 넘쳐난다. 특히, 육아로 상징되는 '카카오스토리'에는 육아 과정에서 찍은 예쁜 아기들 사진들이 많이 올라와서 많은 이들의 '좋아요' 풍년을 맞는 광경도 심심치 않게 보곤 했다.
최근에는 카카오스토리 인기가 줄어들면서 인스타그램과 틱톡에 그 위상을 넘겨주어 이 두 곳에는 아기들 사진들이 많이올라온다. 우리는 무심코 그 아이들의 별 것 아닌 사진 - 예를 들어 일부러 아기를 혼내서 울음을 터트리게 하는 사진이나 영상이라든가 살짝 노출이 심한 아기들이 물가에서 노는 영상이나 사진들 - 으로 여길 수 있는 것들을 별 거리낌 없이 남들이 다 보는 곳에 쉽게 노출을 하곤 했다.
이러한 어린이들의 부모의 욕심으로 인해 별 생각없이 올려진 사진이나 영상들이 아이들에게 큰 정신적 스트레스나 부담을 줄 수 있다면? 바로 이러한 점을 지적하고 그 이유를 밝힌 책이 이 책이다.
그렇다보니 책 제목이 이 내용과는 사실 잘 맞지 않는 측면이 있지만 내용이 주는 교훈은 결코 가볍지 않다.
우리 아니 인간이 성장하면서 과거의 기억이 잘 생각나지 않거나 망각(잊힘)이 되는 건 아주 자연스러운 현상이고 이는 우리가 행복할 수 있고 행복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라는 것이다. 가족끼리 쉽게 내 어린시절에 대해 떠벌리는 이야기가 재미있게 주고 받을 수 있는 좋은 추억일 수도 있지만 때론 내 자존심에 상처를 입히거나 자존감을 떨어뜨리는 내용이 될 수도 있다.
이러한 것들이 자연스럽게 잊혀짐으로 해소가 되어야 함에도 디지털의 발달은 이러한 기대를 송두리째 무너뜨리고 있기 때문이다. 너무도 정확한 사진과 영상은 그 기억이 잊혀짐으로써 성장해나가야 할 아동의 발달과 심리적 안정을 흔들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이러한 망각이 인간에게 가져오는 유익과 영향을 조망하고 디지털 시대에 우리의 기억은 어떻게 재구성되고 때론 사라져 주어야 할 기억들이 디지털로 되살아나는 이 시대에 잊힐 권리는 어떻게 만들어가야 할지에 대해 잔잔히 우리에게 되묻는다.
나의 흑역사는 때론 더 이상 내 앞에서 사라져주길 바라는 사람들이 있다. 사람들이 어떻게 좋은 일만 겪고 살 수 있겠는가.
맞다. 나도 고교시절 생각하고 싶지 않은 그런 기억이 있다. 그런 기억을 혹시나 고교 동창 모임에서 한마디라도 말이 나올까 신경을 쓰는 경우도 있다. 디지털이 모든 이에게 모든 것으로 좋은 것만은 아니다. 적당한 선만 지킨다면 말이다.
아마 이 책을 읽은 사람들은 온라인에 올려진 내 사진과 가족 사진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처음에는 정보량이 많아서 책이 잘 읽히지 않았는데, 나름 재미있게 읽은 책이다. 저자의 특수한 상황 상 내용이 자꾸 한 부분에 치우쳐져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는 없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SNS의 초기부터 지금까지 우리의 삶이 어떠한 변화를 겪어왔는가를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정리해준 점은 좋았다. 애매하게 알고 있었던 것들이 클리어해지는 느낌이랄까.
초창기의 인터넷 세상은 익명성이 보장되어 지금보다 훨씬 자유로웠기 때문에, 사람들은 온라인에서는 새로운 정체성을 갖고 마치 현실과는 다른 존재로 살아가기가 쉬웠다고 얘기한다. 저자의 설명대로 예전에는 온라인 세상과 오프라인 세상은 애써 구분할 필요가 없었다. 구분이 너무 쉬웠으므로.
그런데 이제는 신원을 명확히 해야 활동할 수 있는 온라인 공간이 많아지면서,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선이 모호해졌다. 사람들이 인터넷에 올리는 콘텐츠가 점점 자신의 실제 모습을 닮아가게 된 것이다.
나도 요즘 SNS를 열심히 하는 편은 아니지만, 여러 개의 플랫폼을 경험해 보면서 가끔 '이게 뭐지..??' <-- 나도 이게 무슨 질문인지, 뭘 헷갈려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멍하니 이 온라인 세상에 대해서 자꾸 뭔지 모를 물음표를 던지곤 했다.
SNS활동을 하지 않으면서 온라인 세상을 바라보는 것과, SNS세계에서 활발히 활동을 하면서 갖게 되는 시선은 많이 다르긴 했다. 그러니 SNS를 그래도 전보다는 많이 하게 되었던 것 같고.
SNS세상에서의 '망각'
저자는 책에서 '망각'에 대해 많이 이야기한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 없이(물론 디지털 발자국을 남긴 사람들에 해당되는 이야기겠지만) 계속 자신의 삶이 기록되고 어딘지도 모르는 곳까지 공유되어 망각을 하고 싶어도 자꾸 방해를 받는 현상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낸다. 과거를 털고 일어나서 현재의 삶을 충만하게 꾸려가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얘기하는 것이다. 즉, 과거를 계속 짊어지고 가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과거를 '짊어진다'는 표현은 긍정보다는 부정에 가까운 표현이고, 모든 상황을 아우르는 말은 아니다. 과거를 추억하고 그리워하며 안고 가고 싶어하는 사람들도, 과거에서 벗어나고 싶어하는 사람들도 존재하고 그 둘을 동시에 원하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다.
현재 SNS를 하면서 '망각'하지 못해 힘들어하는 사람이 많을까, 적을까?
우리나라는 페이스북이나 인스타 같은 플랫폼이 들어와 많은 사람들이 알고 사용하기까지 다른 나라와는 시차가 분명 있었던 것 같은데, 현재 '망각'이 문제점으로 대두되는 시기 속에 있는 걸까, 아니면 아닌 걸까?
저자는 이런 시대를 유년기와 청소년기가 사라지지 않고 영원히 지속되는 환경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온라인으로 삽시간에 자신이 원하지 않는 사진이나 영상(어릴 때의 흑역사 등)이 삽시간에 일파만파로 퍼져나가 수치심을 느끼며, 헤어나올 수 없어 고통을 받는 몇몇 사람들을 예로 든다.
과거와 단절하는 능력이 심각하게 제한을 받고, 심지어 우리의 과거 관계망을 보존하는데 투자한 민간 기업들이 그 능력을 통제할 수도 있는 세상이 다가왔다. p38
SNS때문에&덕분에
SNS때문에, SNS덕분에
요즘 대학생들은 훨씬 더 많은 관계를 간직한 채 캠퍼스에 들어오게 된다는 것(이미 확립된 사회 관계망이 이들을 따라오기 때문),
대면 상호작용도 전자매체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는 것(결혼식에서 참석자들이 온라인 환경에서 사귄 친구들과 대화 나누느라 딴전 피우는 모습을 목격하는 것이 쉬워짐)
어딘가로 멀리 떠나도 연락이 끊기지 않는 세상이 된 것
과거와 현재가 하나로 합쳐진다는 것
청소년들이 성장 과정에서 저지르는 실수나 판단 오류에 대해 어느 정도 책임을 면제해주었던 사회심리적 유예가 작동하지 않게 된 것
이처럼 아날로그 미디어에 비해 디지털 미디어는 실수를 용납하지 않을 뿐더러 '잊지도 않는다.' 아날로그 미디어는 생산 시점과 배포 시점 사이에 항상 시차가 존재하지만, 디지털 미디어는 보통 생산과 배포가 동시에 이루어진다. 청소년들은 이제 더 이상 기억할 목적으로 자신의 사회적 삶을 기록하는 게 아니다. 단지 기록 플랫폼을 통해 세상살이를 경험할뿐이다. P165
최근 10년 사이 우리 얼굴 대부분이 태그가 됐다는 것
등등 온라인 사회 관계망 플랫폼을 통해 우리의 일상에는 슬며시 변화된 것들이 생각보다 많다.
많은 기업들은 사용자가 인터넷에서 만들어내는 정보를 모아서 수익의 일부 또는 전부를 만들어내기 때문에, 기술 기업들이 온갖 커뮤니케이션 기술을 청소년들 손에 주어주고 이 기술을 최대한 자주 사용하게 만들려고 애쓰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P183
결국, 저자는 우리에게 SNS시대에 인간이 지닌 망각의 능력(치유와 자유의 힘이 있는 능력)을 유지하면서 잊고 잊히는 경험을 지켜낼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이 책에서 우려하는 부분들, 예견하는 내용들이 충분히 고민할 만한 가치가 있지만, 난 상당부분 틀릴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뉴미디어는 계속해서 등장하고, 세상에 변화하는 속도는 이전과 같지 않기 때문이다. 문제가 될 수도, 되지 않을 수도, 새로운 문제가 나타날 수도 있다.
급변하는 세상, 경험해보지 못하고, 예측하기 힘든 세상에서 살면서 자신만의 가치관을 확립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 같다. 저자는 급속도로 정보가 공유되고 원치 않는 개인적인 정보들이 퍼지는 SNS의 특성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예로 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었다. 무고한 피해자들을 보호할 수 있는 안전망도 반드시 갖추어야 할 것이다.
묻힐뻔한 억울한 사건들이 짧은 시간 안에 수많은 사람들을 통해 공유되며 수면위로 떠올라서 더 공정하게 해결되는 순기능도 있지만, 누군가의 작은 실수에 대중들이 과도한 비난의 화살을 날리기도 한다. 저자와는 달리, 과도기를 지나면 대면하는 오프라인 세상처럼 온라인에서도 서로 말과 행동을 조심하고 배려하는 그런 문화가 만연해질 수도 있지 않을까 기대하는 것은 또 나의 지나친 낙관주의가 발동한 것일까?.
1. 좋은 글귀, 마음에 드는 가사 인상 깊은 영화 대사 등을 메모해 주세요. |
2. 출처를 넣어주세요. ex) 234page, 4번 트랙<사랑해>, <브리짓존스의 다이어리>에서 브리짓의 대사 |
디지털 기술로 망각이 사라진 세상에서
아이의 마음은 어떻게 성장하는가?
Z세대부모를위한SNS심리학
작가는 말한다. 아이들의 자기표현이 "사진술 발명 " 으로 나뉠 수 있다고.
사진술 발명 이전 아이들의 자기표현과 사진술 시대의 자기표현은 달라진다고.
16세기 후반에 이르러서야 화가들이 아이들과 유년기를 그림의 소재로 삼기 시작했지만,
보통 아이와 성인의 차이는 키 차이뿐 아이를 중점으로 묘사한 작품은 아주 드문 경우라고,
유럽에서 사진술이 주요 산업으로 발전한 것은 인물 사진의 인기와 관련이 깊다.
초상화는 여전히 최상위 특권층 가문의 전유물이었지만, 인물 사진은 사진술의 발전으로 점점 더 널리 보급됐다.
Z세대부모를위한SNS심리학
그렇구나, 초상화는 정말 생각해 보면 일반 시민들보다는 왕족, 귀족 등 어떤 특권층의 전유물이었네.
그러다 사진이라는 것이 나왔고, 일반 시민들도 가족사진 한장쯤은 찍을 만한 여유정도는 있었을테니.
그렇게 사진이 발달하고, 발전하며 사람들의 생활이나 인식 그리고 문화도 참 많이 바뀌었겠구나.
SNS 라는 온라인 매체만 생각했지
그 이전 기록이라는 매체에 대해 그리고 사진이라는 것에 대한 깊이 있는 생각까진 못했었다.
그리고, 그 사진이라는 것이 어른들만의 것이었다가
점차 대중적으로 바뀌면서 아이들 손에 쉽게 들릴 수 있게 되자
순간의 모습을 기록하고, 공유하는 SNS 의 유행으로 넓혀 갈 수 있었던 것이구나.
20세기는 사진술과 함께 사적인 영역까지 침투한,
두 가지 기술의 지대한 영향을 받으며 형성됐다.
바로 영화와 비디오다.
Z세대부모를위한SNS심리학
맞다. 생각해 보면 어릴때 캠코더라는 기계를 통해서 어떤 행사가 있으면 비디오 영상 촬영을 했더랬다.
유치원 재롱잔치 (그때는 학예발표회였나? 뭐라고 했던거 같은데) 와 피아노 학원 연주회 등에서
영상 촬영한다고 그랬던 옛 기억이 ~
그때 찍은 영상들은 비디오 테잎에 담겨 있을 뿐이고,
지금은 비디오 테잎을 틀어 줄 기계가 없을 뿐이고,
그래서 그냥 다 날아간 옛 추억일 뿐이지... 흑.. ㅠㅠ
그러던 영상이 지금은 스마트폰 하나로 영상을 촬영했다가 수정했다가 지우고, 다시 재생하기가 참 수월해졌으니 굳이 아버지가 혹은 어른이 아니어도 영상 촬영 과 편집은 아이들 손에서 어쩌면 어른들보다 더 쉽게 행해지기도 하겠다.
다만, 저자는 얘기 한다.
이렇게 기록으로서의 가치가 있는 사진이나 영상들이.
반대로 망각과도 깊은 연관이 있다고.
어린 시절이 인생의 전부가 아니라면,
성인기까지 간직하고 싶지 않은 모습은 '잊고, 잊혀야' 성장할 수 있다.
Z세대부모를위한SNS심리학
사진이나 영상을 촬영하고, 기록하고 간직함으로
우리는 잊고 싶은 기억들을 잊지 못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안타깝다. 사람의 심리가 참 묘해서, 어떤것에대해 기억하려면 좋지 않은 추억보다 좋았던 기억이 먼저 떠오르기도 하는데, 이런 기록이 있다면 안 좋은 기억을 잊지 못 하고 계속 떠올릴 수 밖에 없는것 아니더냐!)
망각이 불만스럽게 느껴질지 몰라도,
망각 없는 세상보다 망각이 있는 세상이
우리에게는 훨씬 낫다.
벤저민 스톰 / Z세대부모를위한SNS심리학
그렇게 선택적 망각의 권리가 지금은 전혀 발휘되지 않는 시대.
디지털 기기의 창을 닫으면 나야 내 기억을 볼 수 없지만,
다른이가 그 기록에 접속하게 되면 다른사람들은 끊임없이 나를 관찰 할 수 있으니..
실제로 내 친구들은 거의 SNS 를 안한다. ㅋ
인별그램이 되었던 블로그가 되었던...
그래서 내 계정에는 내 친구는 이웃 목록에 없다.
유명 연예인들도 한 번씩 겪게 되는 흑역사 사진 공개도 이런것의 연장선이 아닐까?
잊고 싶고, 잊혀지길 바라는 과거사들이 기록으로 남겨져 공유되는 ...
(그래서 사진 보정 어플이 인기가 있는것인가!)
책은 계속 망각에 대해 이야기 한다.
책을 읽는 동안 나는 또 멈칫,
내가 쉽게 찍은 아이들 사진은,
나는 아이들의 선택적 망각의 권리를 무자비하게 빼앗고 있던건 아닌가 하는 반성.
SNS를 즐겨하는 아이들을 둔 부모도 읽어 보아야 할 책이지만,
아이 사진으로 SNS를 즐겨하는 어른들도 읽어 보아야 할 책이라고 생각한다.
적절한 망각의 효과를 기대하며 아이가 올바른 성장을 할 수 있도록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부모의 역할도 작지 않다. 아니, 크다.
형편없는 평판에도 불구하고 망각에겐 역할이 있다.
위험을 감수하고, 새로운 정체성을 탐구하고,
새로운 생각을 받아들일 수 있게 해서 개인의 성장을 돕는다.
망각은 가벼운 상처를 딛고 일어설 수 있게 하는
요긴한 버팀목이자 심각한 트라우마를 극복하게 해 주는 만병통치약이다.
Z세대부모를위한SNS심리학
내가 누렸던 망각의 기쁨을, 나의 잊혀진 흑역사들을
내 아이도 온전히 누릴 수 있기를
그렇게 되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