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욱에 대한 애잔한 마음을 간직한 채 칠왕야의 거처에 머물게 된 불기. 그녀의 어머니 설비를 여전히 잊지 못하는 왕야에 대한 괴로움과 불기에 대한 분노로 그녀가 처음 왕부에 온 날 호된 맛을 보여주리라 결심한 감비이지만, 불기가 누구인가! 그녀의 몸 속에는 전생에서 오토바이 사고로 숨진 소불점의 영혼이 들어있었으니 그리 호락호락 당해주지만은 않는다. 칠왕야의 얼굴이 궁금해 살금살금 아버지의 방으로 숨어들어간 그 밤, 막부를 무너뜨리기 위해 왕야가 명월산장과 은밀히 계약을 맺는 모습을 발견한다. 아무렇지 않은 듯 해보려 했지만 여전히 진욱에 대한 마음을 가눌 수 없었던 불기는 다시 막부로 돌아가게 해달라고 애원하고, 막약비가 자객에 의해 독으로 화를 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급하게 그의 곁으로 돌아간다.
1권에서 밝혀졌듯이 막약비의 몸에는 전생에 불기와 인연을 맺었던 산 오빠의 영혼이 들어가 있고, 그 사실을 불기는 알고 막약비는 모르지만, 가슴 깊은 곳에서는 그에게 마음을 의탁하고 있었던 불기인지라 놀라 자빠진 것은 당연지사. 그런데 아들이 곧 죽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막부인은 오랜 세월 가슴에 담아온 분노와 증오를 참지 못해 불기에게 독을 쓰고, 불기는 자신만의 기술로 독을 이겨낸 막약비에게마저 외면당한 채 자신의 처소에 버려진다. 그 와중에 자신의 진짜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된 불기. 예전 연의객이 문 앞에 걸어두고 갔던 토끼 등에 그 단서를 적어둔 채 피를 토하며 정신을 잃고, 가련한 그녀의 모습을 보고 대경실색한 운랑 앞에 해백이 나타나 자신만이 그녀를 구할 수 있으니 계획에 동참해줄 것을 요청한다. 불기에게 약을 써서 잠시 죽은 것처럼 보이게 만들고, 무덤에 묻히면 데리고 가겠다고 이야기하는 해백에게 어쩔 수 없이 동의하는 운랑.
결국 불기는 해백에 의해 무사 구출(?)되어 강남 주부의 주 팔나으리 앞에 서게 되고, 자신이 누구인지, 어째서 화구 아저씨가 자신을 그리도 애지중지 키워준 것인지 모든 진실을 알게 된다. 불기가 죽은 것이라 생각하고 그제서야 터져나오는 자신의 마음을 주체하지 못한 채 피눈물을 토했던 진욱도 불기가 토끼 등에 적은 단서를 포착, 그녀가 살아있음을 깨닫고 기뻐한다. 그리고 왕야의 죽음. 이어지는 황제의 밀지. 새로이 등장한 동방석이라는 인물과 불기의 어깨에 걸려 있는 주씨 가문의 운명 등 불기의 스펙타클하고 가슴 뭉클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분명 불기의 마음은 진욱에게 있는데 이들이 오누이 사이라니, 그렇다면 막약비와 운명인 것인가!- 생각도 했으나, 그러기에는 2권에서의 막약비의 소행이 너무나 괘씸했다. 아무리 자신의 가문이 중요하고 어머니를 사랑한다고 해도, 불기가 죽어가는 것을 알면서도 그녀를 혼자 내버려두다니! 후에 불기가 소불점이라는 것을 알고 만약 그녀를 사랑하게 된다고 해도 이 때의 비겁함으로 절대 그녀를 얻지 못하겠구나, 싶었다. 아니나다를까! 1권에서의 활약이 무색하게 막약비의 분량이 심각하게 줄어들었다. 여기에는 불기의 정혼자로 내정된, 아주 오만방자하고 똘끼 있는 동방석이라는 인물이 등장한 것도 한몫했지만, 개인적으로 아주 고소하다고 해야 할까. 게다가 마지막에 불기가 자신의 정체를 밝히자 그 때까지 지켜온 이미지와 상관없이 무너져내리는 모습이 자업자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이 동방석이 등장해서 이야기가 좀 지루해지고 산만해지는 경향도 없지 않아 있기는 하다.
진욱이야 당연히 멋있지만 나의 마음을 뒤흔든 또 하나의 인물은 운랑이었다. 예전 불기의 '개 어미'인 아황을 때려죽인 죄로 한 때 불기에게 동네 멍멍이만도 못한 취급을 당했지만, 어느새 그녀를 사랑하게 된 뒤로 그의 마음은 오직 한 사람, 불기에게로만 향한다. 심지어 해백이 준 약을 먹고 가사상태에 빠진 불기가 살아있다는 것을 눈치 챈 임단사의 입을 막기 위해 마음에도 없는 혼인을 약조하는 장면에서는 마음이 아팠다. 후에 불기가 사라진 후 계속 그녀를 찾아 헤매는 그 순정이라니! 진욱이 그런 아련함과 애절함을 좀 더 가지고 있었다면 남자주인공으로서 백전백승이었을텐데 아쉬운 부분이다.
1권에서의 흥미로운 전개와는 달리 2권은 다소 답답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불기가 전생의 기억을 디딤돌 삼아 성장해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큰 즐거움이었다. 드라마에서는 어떻게 표현이 되었을 지, 이 꽃미남들을 연기한 배우들은 어떻게 생겼을 지 확인 한 번 해봐야겠다!
https://blog.naver.com/kindlyhj/222112087959 ☞ 소녀 화불기 1
와.. 정말 인생 한치 앞도 볼 수 없다더니. 불기의 삶이 그랬다. 어느 하루는 거지로, 어느 하루는 명문가의 여식으로. 어느 하루는 군주가 되기 직전으로, 또 어느 하루는 또 다시 모든 것을 잃고 죽음을 마주하더니 또 어느 하루는 구사일생으로 진짜 자신의 신분을 찾았다. 지루할 틈 없이 빡샌 인생이라고나 할까? 어쩌면 거지였던 삶이 더 행복했던 걸지도 모르겠다. 신분상승을 하고부터는 계속 목숨의 위협을 받아왔으니까. 진짜 삶을 찾기 위한 여정이라해도 어쩜 이렇게 고난의 연속일까. 전생에서 현재까지 이어진 인연의 남자. 난 이 남자 정말 별로였다. 아끼고 위하는 것처럼 보였어도 결국은 전생처럼 불기를 이용하기만 하고 그녀를 죽이려 하는 인물이 누구인지 알면서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으니까. 그렇게 빨리 손을 쓸 줄 몰랐다는 말은 성의가 없어 보일 뿐이었다.
그리고 이번에 등장한 또 다른 남자, 동방석. 의술, 무공, 인물. 뭐 하나 빠지는게 없다. 아니 무슨 등장하는 남자들마다 이렇게 능력치가 높담?! 정작 불기는 한번 보면 빠질 수 밖에 없다는 눈 빼면 그저 평범한 소녀일 뿐인데. 어쨌거나 동방석 이 남자는 정말 의외의 인물이었다. 그가 나타난 덕분에 불기가 목숨을 건질 수 있엇는데, 이게 또 전전세대로부터 이어진 인연이었을 줄 누가 알았겠나. 하지만 이런 남자들이 줄줄이 나타난들 불기는 이미 한 남자를 점 찍어 뒀으니 무슨 소용이람. 두 사람이 이어지기까지는 또 여러 난관이 있긴 해도 행복을 향한 난관이었으니 기꺼이 헤쳐나가는 두 사람이었다.
그간, 그러니까 불기가 죽기(?) 전까지 어떤 신분을 가지게 되도 불기는 달가워하지 않았다. 그 자리가 자신의 자리라는 생각을 해본 일이 없었고, 매번 불편하게 여기기만 했다. 어떻게든 도망치려고 햇으면 했지, 그 자리에 머무려고 한 적이 없었다. 다시 살아난 후, 불기는 드디어 진짜 자신의 자리를 찾았다. 그리고 자신의 출생에 얽힌 비밀도 제대로 알게 된다. 딸을 낳지 않으려고 대가 끊길 위기에서도 서른명의 후첩들에게서 아이를 낳지 않은 할아버지, 조카를 위해 기꺼이 자신의 삶을 내던지 전도유망 했던 삼촌, 그리고 딸에게 정해진 불행을 물려 주느니 차라리 죽음을 내리려 했던 엄마. 불기가 불행한 살을 살아내야 했던 것만큼 그녀의 가족 모두가 힘들고 아픈 운명 속에 던져졌었다. 불기가 자신의 자리를 찾으면서 멈췄던 가문의 약속도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쉴틈없이 몰아치는 사건들이 눈을 떼기 힘들게 만들었다. 다만, 결말이 조금 아쉬웠다. 정말 이렇게 끝나는거야?! 했으니까. 물론 해피엔딩이라는 점에서는 좋았지만, 참 아쉽다. 그래도 드라마의 결말보다는 훨씬 나아 보인다. 드라마는 결말 때문에 욕을 많이 먹은 모양이었다. 개연성 없이 주요 등장인물들이 죽기도 했다니까. 당시 실검에 오를 정도였다니 아쉬운 걸로 만족해야 할 것 같다. 안그래도 긴 회차로 볼 엄두를 못 냈는데, 욕 왕창 먹은 결말 때문도 드라마는 봐지지 않을 듯!! 이 이야기는 소설로 만족하련다. 술술 잘 읽히는 한 소녀의 성장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