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야
분야 전체
크레마클럽 허브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 (개정판)

박완서 | 웅진지식하우스 | 2021년 1월 19일 리뷰 총점 9.7 (1,362건)정보 더 보기/감추기
  •  종이책 리뷰 (40건)
  •  eBook 리뷰 (515건)
  •  종이책 한줄평 (40건)
  •  eBook 한줄평 (767건)
분야
소설 > 한국소설
파일정보
EPUB(DRM) 46.71MB
지원기기
크레마 PC(윈도우 - 4K 모니터 미지원) 아이폰 아이패드 안드로이드폰 안드로이드패드 전자책단말기(일부 기기 사용 불가) PC(Mac)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 (개정판)

이 상품의 태그

카드뉴스로 보는 책

책 소개

박완서 타계 10주기 헌정 개정판
그가 가장 사랑했던 연작 자전소설
“지금 다시 박완서를 읽다”


2021년은 한국 문학의 거목, 박완서가 우리 곁을 떠난 지 꼬박 10년이 되는 해다. 그의 타계 10주기를 기리며 박완서 문학의 정수로 꼽히는 연작 자전소설 두 권이 16년 만에 새로운 옷을 입고 독자들을 찾아왔다. 생전에 그가 가장 사랑했던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1992)와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1995)는 모두 출간된 지 20여 년이 훌쩍 넘었지만 여전히 한국 소설의 대표적인 스테디셀러이자 중·고등학생 필독서로 남녀노소에게 사랑받는 작품이다. 독자들의 끊임없는 애정으로 ‘160만 부 돌파’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세운 이 두 권은 결코 마모되지 않고 자유롭게 자신만의 문학 세계를 완성한 고(故) 박완서 작가를 형상화한 듯 생명력 넘치는 자연을 모티프로 재탄생했다.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는 박완서의 연작 자전소설 그 두 번째 이야기로 참혹한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몸부림치던 스무 살 박완서의 자기 고백을 담고 있다. 작중 주인공 ‘나’가 스무 살의 성년으로 들어서던 1951년부터 1953년 결혼할 때까지 성년의 삶을 그려낸 이 소설은 공포스러운 이념 전쟁의 현장을 생생하게 묘사하면서도 생명과 삶에 대한 갈망의 순간들을 놓치지 않고 포착해낸다. 뒤틀린 이념 갈등 아래 삶의 공간을 생생하고도 눈물겹게 그려낸 이 작품은 미완으로 끝났던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의 후속작이며, 작가가 생전에 가장 사랑했던 작품으로 남아 있다.
  •  책의 일부 내용을 미리 읽어보실 수 있습니다. 미리보기

목차

작가의 말

꿈꿨네, 다시는 꿈꾸지 않기를
임진강만은 넘지 마
미친 백목련
때로는 쭉정이도 분노한다
한여름의 죽음
겨울나무
문밖의 남자들
에필로그

작품 해설 ― 이남호(고려대 교수, 문학평론가)
지금 다시 박완서를 읽으며 ― 김금희(소설가)

상세 이미지

상세 이미지

저자 소개 (1명)

저 : 박완서 (朴婉緖)
작가 한마디 내게 글을 쓴다는 건 내 고통의 일부를 독자에게 나누는 거예요. 내 고통을 글로 옮기면서 내가 조금씩 자유로워지고 가벼워지죠. 경기도 개풍(현 황해북도 개풍군) 출생으로, 세살 때 아버지를 여의고 서울로 이주했다. 1944년 숙명여자고등학교에 입학한 뒤 교사였던 소설가 박노갑에게 영향을 받았으며, 작가 한말숙과 동창이다. 1950년 서울대학 국문과에 입학했으나 전쟁으로 중퇴하게 되었다. 개성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고 서울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박완서에게 한국전쟁은 평생 잊을 수 없을 없는 기억이다. 의용군으로 나갔다가 부상을 입고 거의 폐인이 되어 돌아온 `똑똑했던` 오빠가 `이제는 배부른 돼지로 살겠다`던 다짐을 뒤로 하고 여덟 달 만에 죽음을 맞이하고, 그후 그의 가족은 남의 물건에까지 손을 대게 되는 ... 경기도 개풍(현 황해북도 개풍군) 출생으로, 세살 때 아버지를 여의고 서울로 이주했다. 1944년 숙명여자고등학교에 입학한 뒤 교사였던 소설가 박노갑에게 영향을 받았으며, 작가 한말숙과 동창이다. 1950년 서울대학 국문과에 입학했으나 전쟁으로 중퇴하게 되었다. 개성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고 서울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박완서에게 한국전쟁은 평생 잊을 수 없을 없는 기억이다. 의용군으로 나갔다가 부상을 입고 거의 폐인이 되어 돌아온 `똑똑했던` 오빠가 `이제는 배부른 돼지로 살겠다`던 다짐을 뒤로 하고 여덟 달 만에 죽음을 맞이하고, 그후 그의 가족은 남의 물건에까지 손을 대게 되는 등 심각한 가난을 겪는다.

그후 미8군의 PX 초상화부에 취직하여 일하다가 그곳에서 박수근 화백을 알게 된다. 1953년 직장에서 만난 호영진과 결혼하고 살림에 묻혀 지내다가 훗날 1970년 불혹의 나이가 되던 해에 [여성동아] 여류 장편소설 공모에 『나목(裸木)』이 당선되어 등단했다. 그 이후 우리의 일상을 세심하게 관찰하여 그 이면에 숨겨진 진실까지 뼈아프게 드러내는 소설들을 발표하며 한국 문학의 한 획을 긋고 있다. 박완서는 평범하고 일상적인 소재에 적절한 서사적 리듬과 입체적인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다채로우면서도 품격 높은 문학적 결정체를 탄생시켰다는 평을 받고 있다. 작가는 우리 문학사에서 그 유례가 없을 만큼 풍요로운 언어의 보고를 쌓아올리는 원동력이 되어왔다. 그녀는 능란한 이야기꾼이자 뛰어난 풍속화가로서 시대의 거울 역할을 충실히 해왔을 뿐 아니라 삶의 비의를 향해 진지하게 접근하는 구도자의 길을 꾸준히 걸어왔다.

한국 전쟁과 분단의 아픔을 다룬 데뷔작 『나목』과 『목마른 계절』, 『세상에서 제일 무거운 틀니』, 『아저씨의 훈장』, 『겨울 나들이』, 『그해 겨울은 따뜻했네』 등을 비롯하여 70년대 당시의 사회적 풍경을 그린 『도둑맞은 가난』, 『도시의 흉년』, 『휘청거리는 오후』까지 저자는 사회적 아픔에 주목하여 글을 썼다. 『살아있는 날의 시작』부터 여성문제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작가는 행복한 결혼은 어떤 형태인가를 되묻게 하는 소설인 『서 있는 여자』, 『그대 아직도 꿈꾸고 있는가』, 등 점점 독특한 시각으로 여성문제를 조명하기 시작한다. 또 장편 『미망』, 『그 많던 싱아를 누가 다 먹었을까』,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 등에서는 개인사와 가족사를 치밀하게 조명하여 사회를 재조명하기도 한다.

『배반의 여름』은 1975년 9월에서 1978년 9월까지 발표했던 작품들을 수록하고 있다. 「조그만 체험기」, 「흑과부黑寡婦」, 「그 살벌했던 날의 할미꽃」등에서 볼 수 있듯이 박완서가 그리는 모성의 힘은 실로 놀랍다. 성균관대에서 열린 ‘2006 호암상 수상자(예술상) 초청 강연회’에서 박완서는 이렇게 말했다. “내 문학의 뿌리는 어머니”라고. 박완서 특유의 수다스러움으로 풀어내는 모성의 힘은 힘센 것들만이 권력을 쥐고 판을 치는 현대산업사회에서 뒤로 처진 자들의 아픔을 진정으로 위무해준다.

『나의 가장 나종 지니인 것』에는 1987년 1월에서 1994년 4월까지 발표되었던 작품들이 수록되어 있다. 여기에서는 가족의 죽음을 다루고 있는 작품이 네 개나 있는데 그중「여덟 개의 모자로 남은 당신」은 남편의 죽음을, 「나의 가장 나종 지니인 것」은 아들의 죽음을 담고 있다. 「나의 가장 나종 지니인 것」은 특이하게도 처음부터 끝까지 대화체로 되어 있는데 담담하게 이어가는 주인공의 목소리에서 가슴이 메어지는 슬픔을 느낄 수 있다.

『저녁의 해후』에는 1984년 1월부터 1986년 8월까지 발표했던 작품들이 수록되어 있다. 「지 알고 내 알고 하늘이 알건만, 「해산바가지」, 「애 보기가 쉽다고?」 등에서 볼 수 있듯이 여기에서 나타나는 하층민들의 인간애는 가진 자들의 야만성과 대비되어 더욱 빛을 발한다.

『그의 외롭고 쓸쓸한 밤』은 1979년 3월에서부터 1983년 8월까지 발표한 작품들을 수록했다. 이 책에서는 특히 속물성과 위선이 난무하는 현실에 대한 비판이 두드러진다. 젊은 것들의 무관심과 조롱 속에서 외롭게 늙어가는 노인들의 모습을 담아낸 「황혼」, 「천변풍경泉邊風景」과, 출세한 자들의 허위를 그린 「내가 놓친 화합(和合)」, 「그의 외롭고 쓸쓸한 밤」 등이 그것이다.

『미망』은 조선조 말기에서 6ㆍ25 전쟁 직후까지 그 파란만장했던 시대를 한 개성 상인의 가족사를 통하여 재창조한 대하소설이다. 민족의 수난사와 더불어 고난과 격동의 시대를 험준한 산을 넘듯 숨가쁘게 살아온 우리 모두의 이야기로, 박완서 소설 문체가 도달한 궁극적인 경지를 보여 주고 있다.

“아직도 글을 쓸 수 있는 기력이 있어서 행복하다.”는 작가는 사람과 자연을 한없이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느낀 기쁨과 경탄, 감사와 애정을 담아 산문집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를 펴냈다. 「친절한 책읽기」라는 제목으로 신문에 연재했던 글도 함께 실어 노작가의 연륜과 성찰이 돋보이는 글을 선보였다. 1993년부터 국제연합아동기금 친선대사로 활동하며, 1994년부터 공연윤리위원회 위원, 1988년부터 제2건국 범국민추진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한 바 있다. 『그 가을의 사흘 동안』으로 한국문학작가상, 『엄마의 말뚝』으로 제5회 이상문학상, 『미망』으로 대한민국문학과 제3회 이상문학상, 『꿈꾸는 인큐베이터』로 제38회 현대문학상 등을 받았다. 2006년, 문화예술인으로서 처음이자 여성으로서도 처음으로 서울대학교 명예문학박사학위를 받았다.

평소 입버릇처럼 "전쟁의 상처로 작가가 됐다."고 고백해왔던 그녀는 전쟁의 아픔을 온몸으로 겪은 경험으로 글을 써왔다. 여러 편의 장편소설과 수필집, 동화집을 발표하고, 2010년 8월 수필집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를 마지막으로 2011년 1월 22일, 담낭암 투병 중 별세했다. 경기 구리시에는 '박완서 문학마을'이 조성될 예정이다.

한국문학작가상, 이상문학상, 대한민국문학상, 이상문학상, 현대문학상, 동인문학상, 한무숙문학상, 대산문학상 만해문학상, 황순원문학상, 호암예술상 등을 수상했고, 2006년 서울대학교에서 명예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타계 이후 문학적 업적을 기려 금관문화훈장이 추서되었다.

그 외 작품으로는 장편소설 『아주 오래된 농담』 『그 남자네 집』, 소설집 『부끄러움을 가르칩니다』, 『저문 날의 삽화』, 『너무도 쓸쓸한 당신』, 『친절한 복희씨』,『기나긴 하루』, 산문집 『꼴찌에게 보내는 갈채』, 『한 길 사람 속』,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등이 있다.

출판사 리뷰

“나는 마모되고 싶지 않았다.
자유롭게 기를 펴고 싶었고, 성장도 하고 싶었다.”

박완서 작가 타계 10주기 헌정 개정판
16년 만에 새롭게 만나는 그의 연작 자전소설


2021년은 한국 문학의 거목, 박완서가 우리 곁을 떠난 지 꼬박 10년이 되는 해다. 그의 타계 10주기를 기리며 박완서 문학의 정수로 꼽히는 연작 자전소설 두 권이 16년 만에 새로운 옷을 입고 독자들을 찾아왔다. 생전에 그가 가장 사랑했던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1992)와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1995)는 모두 출간된 지 20여 년이 훌쩍 넘었지만 여전히 한국 소설의 대표적인 스테디셀러이자 중·고등학생 필독서로 남녀노소에게 사랑받는 작품이다. 독자들의 끊임없는 애정으로 ‘160만 부 돌파’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세운 이 두 권은 결코 마모되지 않고 자유롭게 자신만의 문학 세계를 완성한 고(故) 박완서 작가를 형상화한 듯 생명력 넘치는 자연을 모티프로 재탄생했다.

특히 이번 개정판에는 기존 판에 실려 있던 문학평론가 고(故) 김윤식 선생, 이남호 선생의 작품 해설과 더불어 박완서의 뒤를 이어 현재 한국 문학을 이끌고 있는 정이현 작가, 김금희 작가의 서평과 정세랑 작가, 강화길 작가의 추천의 글이 수록되었다. 박완서가 우리 곁을 떠나간 지 10년이 흐른 지금 그의 뒤를 이어 새로운 이야기를 써 내려가는 후배 작가들과 함께 ‘지금 다시’ 박완서를 읽어보길 바란다. 또한 소설의 시대 배경인 1940년대와 1950년대의 작가 박완서 사진이 엽서로 제작되어 독자들을 위한 깜짝 선물로 책에 포함되었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의 후속작이자
박완서가 생전에 가장 사랑했던 작품
천상 이야기꾼, 박완서가 기록한 세월의 문장들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는 박완서의 연작 자전소설 그 두 번째 이야기로 참혹한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몸부림치던 스무 살 박완서의 자기 고백을 담고 있다. 작중 주인공 ‘나’가 스무 살의 성년으로 들어서던 1951년부터 1953년 결혼할 때까지 성년의 삶을 그려낸 이 소설은 공포스러운 이념 전쟁의 현장을 생생하게 묘사하면서도 생명과 삶에 대한 갈망의 순간들을 놓치지 않고 포착해냈다. 뒤틀린 이념 갈등 아래 삶의 공간을 생생하고도 눈물겹게 그려낸 이 작품은 미완으로 끝났던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의 후속작이며, 작가가 생전에 가장 사랑했던 작품으로 남아 있다.

전후 한국의 휘몰아치는 격변기 속에서 처참하게 무너진 가족사를 거침없이 보여주는 이 작품은 그 자체로 역사적 기록물이라는 찬사를 받는다. “소설로 그린 자화상”이라는 부제에 딱 들어맞게 그녀가 보여주는 스무 살 무렵의 이야기는 흘러가는 거대한 역사 속에서 개인의 체험이 기록물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 작품이다.

박완서만의 촌철살인적 태도, 생생한 묘사
뒤틀린 시대에서 살아남은 한 여성의 이야기


전쟁 직후 한국의 참혹한 현장을 생생하게 그려내어 박완서식(式) 증언문학의 정수라고 불리는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에는 예민하고 감수성이 강한 (작가 자신이기도 한) 스무 살의 ‘나’가 전쟁이라는 야만의 시간을 견뎌내는 과정이 펼쳐진다. 말 그대로 오늘의 이웃이 내일의 적으로 바뀌는 전쟁의 한복판에서 스무 살의 박완서는 당장에 산다는 것, 버티는 것, 생명이 뛰는 것을 갈망하기 시작한다.

오빠가 다리에 입은 총상으로 피난길에 오르지 못한 장면에서 시작하는 소설은 어머니, 오빠, 조카, 그리고 올케와 함께 끝내 살아남은 한 가족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녀가 전쟁 속에서 느끼는 혼란과 가족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겪는 고충은 고통이라기보다 분노에 가깝다.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인간적인 존엄을 최소한이라도 지키기 위해 몸부림을 치던 그녀는, 비로소 자신의 눈물을 터트리게 한 한 남자와 만나 연애를 하게 된다. 1951년부터 1953년까지 피할 수 없는 시대의 고통을 처절하게 견디고 이겨낸 한 개인, 가족 그리고 사회의 이야기가 오롯이 담긴 자전소설이자 가족소설이며 여성소설이다.

내가 살아온 세월은 물론 흔하디흔한 개인사에 속할 터이나 펼쳐 보면 무지막지하게 직조되어 들어온 시대의 씨줄 때문에 내가 원하는 무늬를 짤 수가 없었다. 그 부분은 개인사인 동시에 동시대를 산 누구나가 공유할 수 있는 부분이고, 현재의 잘 사는 세상의 기초가 묻힌 부분이기도 하여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펼쳐 보인다. ‘우리가 그렇게 살았다우.’ 이 태평성대를 향하여 안타깝게 환기시키려다가도 변화의 속도가 하도 눈부시고 망각의 힘은 막강하여, 정말로 그런 모진 세월이 있었을까, 문득문득 내 기억력이 의심스러워지면서, 이런 일의 부질없음에 마음이 저려 오곤 했던 것도 쓰는 동안에 힘들었던 일 중의 하나다.
― 「작가의 말」 중에서

고(故) 김윤식, 이남호 선생 작품 해설,
소설가 정이현, 김금희 서평 수록!

지금 당신이 놓쳐서는 안 되는 한국 문학의 수작
박완서의 삶에서 비롯된 진정한 문학의 맛


이번 개정판에는 기존 판에 실려 있던 문학평론가 고(故) 김윤식 선생, 이남호 선생의 작품 해설과 더불어 박완서의 뒤를 이어 현재 한국 문학을 이끌고 있는 정이현 작가, 김금희 작가의 글과 정세랑 작가, 강화길 작가의 추천의 글이 수록되었다. 그가 먼저 걸어 나갔던 발자취를 따라 새로운 이야기를 써내려가는 작가들과 지금 다시 박완서를 읽어볼 수 있다는 것은 이번 개정판을 읽는 재미를 한층 더 돋운다.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가 보여주는 것은 전쟁의 참혹함에서 살아남은 한 가족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비극적인 전쟁의 역사 뒤에 살아남은 자들의 연대의 역사가 있었다는 것 역시 보여준다. 비록 현실은 도둑질과 거짓말이 난무하고 삶의 존엄성을 내던져 살아남아야 하는 뒤틀린 전쟁통이자 죽은 오빠를 애도할 여유와 시간조차 허락되지 않는 생존의 현장이지만, 그 안에도 생면부지의 갓난아기에게 호두기름과 비상약을 내어주는 구렁재 마님의 따쓰함이, 서둘지 말고 천천히 보통으로 걸으라는 근숙 언니의 든든한 연대가 함께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선생님 작품에서 산은 황폐화된 전장의 도시에서 밀려난 이들이 숨어들어 먹을 것과 숨을 곳을 찾는 자리이자, 죽은 혈육을 하루 만에 묻고 나와 삶의 비참에 갇혀 채 울지조차 못했던 자리다. 하지만 그런가 하면 생면부지의 남일지라도 죽어가는 갓난쟁이에게 호두기름과 비상약을 내놓는 구렁재 마님의 인정스러운 그늘이 있는 자리다. 그러니 다 읽고 난 뒤에 그러한 물음을 다시 접하면 그것은 마치 선생님이 내놓은 명랑한 수수께끼처럼, 때론 다정한 농담처럼 들린다. 그 산이 정말 있었다. 그런 세계가, 울고 있는 사람에게 등을 내어주는 누군가의 내밀한 연대가, 삶이 버거워 바들바들 떨고 있는 사람에게 “자기 털장갑”을 벗어 발끝에 씌워주는 사랑이, 비루하고 참담한 현실에서도 서로를 붙들어 끝내 인간이고자 하는 존재들의 형형한 의지가. 그러니 두려움 없이 걸으라고 박완서 선생님이 그려낸 사람들은 말한다. 함께 피난을 갔다가 한강을 건너 돌아오는 근숙 언니가 부교(浮橋) 한가운데를 통과하며 ‘나’에게 속삭였던 것처럼, 그러니 서둘지 말고 천천히 보통으로 걸으라고.
― 지금 다시 박완서를 읽으며, 「서둘지 말고 천천히 보통으로 걸어」 중에서, 김금희(소설가)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는 흘러가는 거대한 역사의 흐름 속에서 개인의 체험이 소중하고 위대한 역사적 기록이 되는 힘을 보여준 작품이자 전쟁 속에서 느낀 인간에 대한 환멸, 가치관의 혼란, 비열함, 뒤틀린 윤리 등 버석대는 이념 밑에 놓인 ‘진짜 살아가는 문제들’을 그녀만의 단단하고도 노련한 문장들로 형형하게 묘사한 소설이다. 마흔의 나이에 「나목」으로 등단해 수많은 작품 속에서 자신의 혼을 불태우던 그녀의 시작이 이 소설에 담겨 있다. 소설 속 어떤 세상의 풍파에도, 모진 고난 속에서도 절대 마모되지 않으리라, 자유롭게 나의 기를 살려 성장하겠노라 다짐하는 그녀의 모습에서 약동하는 생명과 젊음, 그리고 생의 의지를 느껴보길 바란다. 그것이 이 소설이 출간된 지 수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명작으로 남아 있는 이유이자, 많은 독자의 사랑을 받아온 이유다. 비록 우리의 곁은 떠나갔지만, 여전히 수많은 독자들과 후배 작가들에게 든든한 희망이 되는 그녀의 책을 다시금 만나보자.

회원 리뷰 (555건)

한줄평 (807건)

0/50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