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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개정판)

박완서 | 웅진지식하우스 | 2021년 1월 19일 한줄평 총점 9.8 (1,802건)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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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 한국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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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개정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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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박완서 타계 10주기 헌정 개정판
그가 가장 사랑했던 연작 자전소설
“지금 다시 박완서를 읽다”


2021년은 한국 문학의 거목, 박완서가 우리 곁을 떠난 지 꼬박 10년이 되는 해다. 그의 타계 10주기를 기리며 박완서 문학의 정수로 꼽히는 연작 자전소설 두 권이 16년 만에 새로운 옷을 입고 독자들을 찾아왔다. 생전에 그가 가장 사랑했던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1992)와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1995)는 모두 출간된 지 20여 년이 훌쩍 넘었지만 여전히 한국 소설의 대표적인 스테디셀러이자 중·고등학생 필독서로 남녀노소에게 사랑받는 작품이다. 독자들의 끊임없는 애정으로 ‘160만 부 돌파’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세운 이 두 권은 결코 마모되지 않고 자유롭게 자신만의 문학 세계를 완성한 고(故) 박완서 작가를 형상화한 듯 생명력 넘치는 자연을 모티프로 재탄생했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는 연작 자전소설의 첫 번째 이야기로, 1930년대 개풍 박적골에서 보낸 꿈같은 어린 시절과 1950년 한국전쟁으로 황폐해진 서울에서의 스무 살까지를 그리고 있다. 강한 생활력과 유별난 자존심을 지닌 어머니와 이에 버금가는 기질의 소유자인 작가 자신, 이와 대조적으로 여리고 섬세한 기질의 오빠가 어우러져 살아가는 가족 관계를 중심으로 1930년대 개풍 지방의 풍속과 훼손되지 않은 산천의 모습, 생활상, 인심 등이 유려한 필치로 그려지고 있다. 더불어 작가가 1940년대 일제 치하에서 보낸 학창 시절과 6·25전쟁과 함께 스무 살을 맞이한 1950년 격동의 한국 현대사 풍경이 생생하게 펼쳐진다. 고향 산천에 지천으로 자라나던 흔하디흔한 풀 ‘싱아’로 대변되는 작가의 순수한 유년 시절이 이야기가 전개되어갈수록 더욱 아련하게 그리워지는 아름다운 성장소설로, 박완서 문학의 최고작이라 일컬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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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다시 책머리에
작가의 말

야성의 시기
아득한 서울
문밖에서
동무 없는 아이
괴불 마당 집
할아버지와 할머니
오빠와 엄마
고향의 봄
패대기쳐진 문패
암중모색
그 전날 밤의 평화
찬란한 예감

작품 해설 ― 김윤식(서울대 명예교수, 문학평론가)
지금 다시 박완서를 읽으며 ― 정이현(소설가)

상세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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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저 : 박완서 (朴婉緖)
작가 한마디 내게 글을 쓴다는 건 내 고통의 일부를 독자에게 나누는 거예요. 내 고통을 글로 옮기면서 내가 조금씩 자유로워지고 가벼워지죠. 경기도 개풍(현 황해북도 개풍군) 출생으로, 세살 때 아버지를 여의고 서울로 이주했다. 1944년 숙명여자고등학교에 입학한 뒤 교사였던 소설가 박노갑에게 영향을 받았으며, 작가 한말숙과 동창이다. 1950년 서울대학 국문과에 입학했으나 전쟁으로 중퇴하게 되었다. 개성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고 서울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박완서에게 한국전쟁은 평생 잊을 수 없을 없는 기억이다. 의용군으로 나갔다가 부상을 입고 거의 폐인이 되어 돌아온 `똑똑했던` 오빠가 `이제는 배부른 돼지로 살겠다`던 다짐을 뒤로 하고 여덟 달 만에 죽음을 맞이하고, 그후 그의 가족은 남의 물건에까지 손을 대게 되는 ... 경기도 개풍(현 황해북도 개풍군) 출생으로, 세살 때 아버지를 여의고 서울로 이주했다. 1944년 숙명여자고등학교에 입학한 뒤 교사였던 소설가 박노갑에게 영향을 받았으며, 작가 한말숙과 동창이다. 1950년 서울대학 국문과에 입학했으나 전쟁으로 중퇴하게 되었다. 개성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고 서울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박완서에게 한국전쟁은 평생 잊을 수 없을 없는 기억이다. 의용군으로 나갔다가 부상을 입고 거의 폐인이 되어 돌아온 `똑똑했던` 오빠가 `이제는 배부른 돼지로 살겠다`던 다짐을 뒤로 하고 여덟 달 만에 죽음을 맞이하고, 그후 그의 가족은 남의 물건에까지 손을 대게 되는 등 심각한 가난을 겪는다.

그후 미8군의 PX 초상화부에 취직하여 일하다가 그곳에서 박수근 화백을 알게 된다. 1953년 직장에서 만난 호영진과 결혼하고 살림에 묻혀 지내다가 훗날 1970년 불혹의 나이가 되던 해에 [여성동아] 여류 장편소설 공모에 『나목(裸木)』이 당선되어 등단했다. 그 이후 우리의 일상을 세심하게 관찰하여 그 이면에 숨겨진 진실까지 뼈아프게 드러내는 소설들을 발표하며 한국 문학의 한 획을 긋고 있다. 박완서는 평범하고 일상적인 소재에 적절한 서사적 리듬과 입체적인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다채로우면서도 품격 높은 문학적 결정체를 탄생시켰다는 평을 받고 있다. 작가는 우리 문학사에서 그 유례가 없을 만큼 풍요로운 언어의 보고를 쌓아올리는 원동력이 되어왔다. 그녀는 능란한 이야기꾼이자 뛰어난 풍속화가로서 시대의 거울 역할을 충실히 해왔을 뿐 아니라 삶의 비의를 향해 진지하게 접근하는 구도자의 길을 꾸준히 걸어왔다.

한국 전쟁과 분단의 아픔을 다룬 데뷔작 『나목』과 『목마른 계절』, 『세상에서 제일 무거운 틀니』, 『아저씨의 훈장』, 『겨울 나들이』, 『그해 겨울은 따뜻했네』 등을 비롯하여 70년대 당시의 사회적 풍경을 그린 『도둑맞은 가난』, 『도시의 흉년』, 『휘청거리는 오후』까지 저자는 사회적 아픔에 주목하여 글을 썼다. 『살아있는 날의 시작』부터 여성문제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작가는 행복한 결혼은 어떤 형태인가를 되묻게 하는 소설인 『서 있는 여자』, 『그대 아직도 꿈꾸고 있는가』, 등 점점 독특한 시각으로 여성문제를 조명하기 시작한다. 또 장편 『미망』, 『그 많던 싱아를 누가 다 먹었을까』,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 등에서는 개인사와 가족사를 치밀하게 조명하여 사회를 재조명하기도 한다.

『배반의 여름』은 1975년 9월에서 1978년 9월까지 발표했던 작품들을 수록하고 있다. 「조그만 체험기」, 「흑과부黑寡婦」, 「그 살벌했던 날의 할미꽃」등에서 볼 수 있듯이 박완서가 그리는 모성의 힘은 실로 놀랍다. 성균관대에서 열린 ‘2006 호암상 수상자(예술상) 초청 강연회’에서 박완서는 이렇게 말했다. “내 문학의 뿌리는 어머니”라고. 박완서 특유의 수다스러움으로 풀어내는 모성의 힘은 힘센 것들만이 권력을 쥐고 판을 치는 현대산업사회에서 뒤로 처진 자들의 아픔을 진정으로 위무해준다.

『나의 가장 나종 지니인 것』에는 1987년 1월에서 1994년 4월까지 발표되었던 작품들이 수록되어 있다. 여기에서는 가족의 죽음을 다루고 있는 작품이 네 개나 있는데 그중「여덟 개의 모자로 남은 당신」은 남편의 죽음을, 「나의 가장 나종 지니인 것」은 아들의 죽음을 담고 있다. 「나의 가장 나종 지니인 것」은 특이하게도 처음부터 끝까지 대화체로 되어 있는데 담담하게 이어가는 주인공의 목소리에서 가슴이 메어지는 슬픔을 느낄 수 있다.

『저녁의 해후』에는 1984년 1월부터 1986년 8월까지 발표했던 작품들이 수록되어 있다. 「지 알고 내 알고 하늘이 알건만, 「해산바가지」, 「애 보기가 쉽다고?」 등에서 볼 수 있듯이 여기에서 나타나는 하층민들의 인간애는 가진 자들의 야만성과 대비되어 더욱 빛을 발한다.

『그의 외롭고 쓸쓸한 밤』은 1979년 3월에서부터 1983년 8월까지 발표한 작품들을 수록했다. 이 책에서는 특히 속물성과 위선이 난무하는 현실에 대한 비판이 두드러진다. 젊은 것들의 무관심과 조롱 속에서 외롭게 늙어가는 노인들의 모습을 담아낸 「황혼」, 「천변풍경泉邊風景」과, 출세한 자들의 허위를 그린 「내가 놓친 화합(和合)」, 「그의 외롭고 쓸쓸한 밤」 등이 그것이다.

『미망』은 조선조 말기에서 6ㆍ25 전쟁 직후까지 그 파란만장했던 시대를 한 개성 상인의 가족사를 통하여 재창조한 대하소설이다. 민족의 수난사와 더불어 고난과 격동의 시대를 험준한 산을 넘듯 숨가쁘게 살아온 우리 모두의 이야기로, 박완서 소설 문체가 도달한 궁극적인 경지를 보여 주고 있다.

“아직도 글을 쓸 수 있는 기력이 있어서 행복하다.”는 작가는 사람과 자연을 한없이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느낀 기쁨과 경탄, 감사와 애정을 담아 산문집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를 펴냈다. 「친절한 책읽기」라는 제목으로 신문에 연재했던 글도 함께 실어 노작가의 연륜과 성찰이 돋보이는 글을 선보였다. 1993년부터 국제연합아동기금 친선대사로 활동하며, 1994년부터 공연윤리위원회 위원, 1988년부터 제2건국 범국민추진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한 바 있다. 『그 가을의 사흘 동안』으로 한국문학작가상, 『엄마의 말뚝』으로 제5회 이상문학상, 『미망』으로 대한민국문학과 제3회 이상문학상, 『꿈꾸는 인큐베이터』로 제38회 현대문학상 등을 받았다. 2006년, 문화예술인으로서 처음이자 여성으로서도 처음으로 서울대학교 명예문학박사학위를 받았다.

평소 입버릇처럼 "전쟁의 상처로 작가가 됐다."고 고백해왔던 그녀는 전쟁의 아픔을 온몸으로 겪은 경험으로 글을 써왔다. 여러 편의 장편소설과 수필집, 동화집을 발표하고, 2010년 8월 수필집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를 마지막으로 2011년 1월 22일, 담낭암 투병 중 별세했다. 경기 구리시에는 '박완서 문학마을'이 조성될 예정이다.

한국문학작가상, 이상문학상, 대한민국문학상, 이상문학상, 현대문학상, 동인문학상, 한무숙문학상, 대산문학상 만해문학상, 황순원문학상, 호암예술상 등을 수상했고, 2006년 서울대학교에서 명예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타계 이후 문학적 업적을 기려 금관문화훈장이 추서되었다.

그 외 작품으로는 장편소설 『아주 오래된 농담』 『그 남자네 집』, 소설집 『부끄러움을 가르칩니다』, 『저문 날의 삽화』, 『너무도 쓸쓸한 당신』, 『친절한 복희씨』,『기나긴 하루』, 산문집 『꼴찌에게 보내는 갈채』, 『한 길 사람 속』,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등이 있다.

출판사 리뷰

“그건 앞으로 언젠가 글을 쓸 것 같은 예감이었다.
그 예감이 공포를 몰아냈다.”

★박완서 작가 타계 10주기 헌정 개정판★
1992년 처음 출간된 이래 30년 동안
수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온 박완서의 대표작


2021년은 한국 문학의 거목, 박완서가 우리 곁을 떠난 지 꼬박 10년이 되는 해이다. 그의 타계 10주기를 기리며 박완서 문학의 정수로 꼽히는 연작 자전소설 두 권이 16년 만에 새로운 옷을 입고 독자들을 찾아왔다. 그가 가장 사랑했던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1992)와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1995)는 모두 출간된 지 20여 년이 훌쩍 넘었지만 여전히 한국 소설의 대표적인 스테디셀러이자 중·고등학생의 필독서로 남녀노소에게 사랑받는 작품이다. 독자들의 끊임없는 애정으로 ‘160만 부 돌파’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세운 이 두 권은 결코 마모되지 않고 자유롭게 의지를 펼치던 고(故) 박완서 작가를 형상화한 듯 생명력 넘치는 자연을 모티프로 재탄생했다.

특히 이번 개정판에는 기존 판에 실려 있던 문학평론가 고(故) 김윤식 선생, 이남호 선생의 작품 해설과 더불어 박완서의 뒤를 이어 현재 한국 문학을 이끌고 있는 정이현 작가, 김금희 작가의 서평과 정세랑 작가, 강화길 작가의 추천의 글이 수록되었다. 박완서가 우리 곁을 떠나간 지 10년이 흐른 지금 그의 뒤를 이어 새로운 이야기를 써 내려가는 후배 작가들과 함께 ‘지금 다시’ 박완서를 읽어보길 바란다. 또한 소설의 시대 배경인 1940년대와 1950년대의 작가 박완서 사진이 엽서로 제작되어 독자들을 위한 깜짝 선물로 책에 포함되었다.

기억의 더미를 파헤쳐 한 폭의 수채화로 완성한
날카롭게 빛나는 성장소설의 진수


『그 많던 싱아…』는 연작 자전소설의 첫 번째 이야기로, 1930년대 개풍 박적골에서 보낸 꿈같은 어린 시절과 1950년 한국전쟁으로 황폐해진 서울에서의 스무 살까지를 그리고 있다. 박완서의 실제 고향이자 『그 많던 싱아…』의 도입부에 아름답고 정감 있게 그려지는 시골 마을인 개풍 박적골은 한국전쟁 이후 북한 땅으로 흡수된 지역으로 황해도 개성 인근에 위치해 있다. 이곳의 뼈대 있는 양반 집안에서 태어난 ‘나’는 세 살 때 아버지를 잃고 어머니마저 오빠의 교육을 위해 서울로 떠나며 홀로 남겨지지만, 손녀딸을 하염없이 안쓰러워하는 할아버지의 비호 아래서 따뜻하게 자라게 된다.

소설의 초반부는 1930년대 개풍 지방의 풍속과 훼손되지 않은 산천의 모습, 자연에서 모든 유희를 구하는 그 시절 어린아이들의 천진한 놀이 모습 등이 박완서 특유의 기지가 엿보이는 유려한 필치로 그려진다. 풍부한 감성으로 순우리말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문체의 매력을 소설 곳곳에서 느낄 수 있는데, 사소해 보이는 장면에서도 절묘한 비애와 아름다움을 뽑아내는 박완서만의 감성이 자라나기 시작한 곳이 바로 이곳 박적골이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들을 감상할 수 있다.

내가 최초로 맞본 비애의 기억은 앞뒤에 아무런 사건도 없이 외따로인 채 다만 풍경만 있다. 엄마 등에 업혀 있었다. 막내라 커서도 어른들에게 잘 업혔으니 다섯 살 때쯤이 아니었을까. 저녁노을이 유난히 새빨갰다. 하늘이 낭자하게 피를 흘리고 있는 것 같았다. 마을의 풍경도 어둡지도 밝지도 않고 그냥 딴 동네 같았다. 정답던 사람도 모닥불을 통해서 보면 낯설 듯이. 나는 참을 수가 없어서 울음을 터트렸다. 엄마는 내 갑작스러운 울음을 이해하지 못했다. 나 또한 설명할 수가 없었다. 그건 순수한 비애였다. 그와 유사한 체험은 그 후에도 또 있었다. 바람이 유난히 을씨년스럽게 느껴지는 저녁나절 동무들과 헤어져 홀로 집으로 돌아올 때, 홍시 빛깔의 잔광이 남아 있는 능선을 배경으로 텃밭머리에서 너울대는 수수 이삭을 바라볼 때의 비애를 무엇에 비길까. (32~33쪽)

고향 박적골 산천에 지천으로 자라나던 흔하디흔한 풀 ‘싱아’가 작중 주인공 ‘나’의 싱그러운 유년기를 대변한다면, 소설의 중반부부터 펼쳐지는 눈 뜨고도 코 베인다는 서울에서의 빈곤한 생활과 인왕산 자락을 뒤덮은 ‘아카시아’는 그의 성장을 위한 뼈아픈 통과의례를 은유한다. 1940년대 일제 치하의 학교생활과 변소에 가는 일도 주인집 눈치를 봐야 하는 서글픈 서울살이 속에서 점차 세상을 깨달아가는 ‘나’의 모습이 펼쳐진다.

나는 불현듯 싱아 생각이 났다. 우리 시골에선 싱아도 달개비만큼이나 흔한 풀이었다. 산기슭이나 길가 아무 데나 있었다. 그 줄기에는 마디가 있고, 찔레꽃 필 무렵 줄기가 가장 살이 오르고 연했다. 발그스름한 줄기를 꺾어서 겉껍질을 길이로 벗겨 내고 속살을 먹으면 새콤달콤했다. 입 안에 군침이 돌게 신맛이, 아카시아꽃으로 상한 비위를 가라앉히는 데는 그만일 것 같았다. 나는 마치 상처 난 몸에 붙일 약초를 찾는 짐승처럼 조급하고도 간절하게 산속을 찾아 헤맸지만 싱아는 한 포기도 없었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나는 하늘이 노래질 때까지 헛구역질을 하느라 그곳과 우리 고향 뒷동산을 헷갈리고 있었다. (89쪽)

소설의 후반부에 접어들며 ‘나’를 둘러싼 세계는 이제 1950년 한국사의 격랑에 휘말려 산산이 부서지기 직전의 위기 상태로 치닫는다. 전쟁으로 무참하게 깨져버린 가족의 단란함, 그렇게 되기까지 엎치고 덮친 고약한 우연에 대한 정당한 복수로서 언젠가 글을 쓸 것 같은 예감에 사로잡히는 것으로 매듭짓는 소설의 말미는 한국 현대 문학의 거목, 작가 박완서의 등장을 예고하는 프리퀄과도 같다.

박완서 문학의 처음과 중간, 마지막을 완벽하게 재현한
박완서 소설의 최고작


『그 많던 싱아…』는 이미 발표된 박완서의 여러 소설 속에서 파편적으로 드러나거나 소설적으로 변용되어 나타난 자전적 요소들의 처음과 중간, 마지막까지의 모습을 완벽하게 재현하고 있다. 특히 제5회 이상문학상 대상 수상작인 「엄마의 말뚝 2」를 비롯해서 여러 작품 속에서 끊임없이 소설적 탐구의 대상이 되어온 작가의 가족 관계(강한 생활력과 유별난 자존심을 지닌 어머니와 이에 버금가는 기질의 소유자인 작가 자신, 이와 대조적으로 여리고 섬세한 기질의 오빠가 어우러져 살아가는 가족 관계)가 예리하게 묘사되며 작중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그 많던 싱아…』의 작품 해설을 쓴 고(故) 김윤식 선생과 개정판의 서평을 쓴 정이현 작가는 이 점을 언급하며 이 소설이 박완서 문학의 모태 혹은 원형인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만일 이 작가의 전 작품을 골똘히 읽어 온 독자라면 『그 많던 싱아…』라는, 전대미문의 ‘기억력에만’ ‘순전히’ 의존한 이 작품은 이 작가가 조심스럽게 써 온 「엄마의 말뚝 4」임을 알아차릴 수 있겠지요. 「엄마의 말뚝 1」이 박적골에서 서울로 와 바느질품팔이로 현저동에 머문 기숙(己宿) 여사의 몸부림이라면, 「엄마의 말뚝 2」가 그다음의 이야기고, 「엄마의 말뚝 3」은 기숙 여사의 죽음을 다룬 것 아닙니까. (…) 작가 박씨는 결코 (4)라는 번호의 작품을 남기지 않았습니다. 제가 그 (4)의 번호를 헌정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 김윤식, 「작품 해설」 중에서

김윤식 평론가의 분석처럼 『그 많던 싱아…』는 「엄마의 말뚝」 연작을 장편으로 확장시킨 작품으로 읽을 수 있다. 작가에게 그 시절의 기억을 소설로 온전히 복원하는 것이 필생의 과제였음을 짐작케 한다.
― 정이현, 「지금 다시 박완서를 읽으며」 중에서

생전에 작가는 “내 문학의 뿌리는 어머니”라고 말했다. 소설의 후반부로 가면 ‘나’와 가족들은 아버지와도 같던 숙부와 오빠마저 없는 세계로 내던져진다. 강인한 어머니와 영리하고 생활력 강한 올케, 그리고 이 모든 장면들을 기억하고 증언하리라 다짐하는 ‘나’가 소설의 말미 한국전쟁 직후의 텅 빈 서울에 남겨진 채로 작품은 일단락되며, 후속작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로 이야기의 바통을 넘긴다.

『그 많던 싱아…』는 순진한 이상주의로 좌익에 가담했다가 결국 의용군으로 끌려가 반죽음이 되어 돌아온 오빠, 동네 사람들로부터 빨갱이로 몰려 온갖 문초를 당한 ‘나’, 인민군에 부역했다는 혐의로 사형을 언도받는 숙부 등 작가 박완서 개인의 내밀한 가족사를 그리고 있지만, 동시에 일제강점기부터 해방 전후 한국 현대사의 주요 사건들을 그 어떤 자료보다 소상히 보여주는 증언문학 역할을 하기도 한다. 한 개인의 성장을 통해 인생의 의미를 새겨보는 눈부신 성장소설인 동시에 한국 사회의 어두웠던 시절을 생생히 고발하는 이 소설은 가히 박완서 문학의 최고작이라 할 만하다.

홀로 목격한 자의 책무는 증언하는 것이다. ‘나’의 기억을 글로 남겨 후대에 전하는 것이다. 마지막 장의 소제목은 ‘찬란한 예감’이다. 그토록 처절한 현실 속에서 감히 찬란하다는 표현을 쓸 수 있는 건 예감이기 때문일 것이다. 새삼 인간은 무엇인가를 생각한다. 누구도 쉽게 정의 내릴 수 없겠지만 두 가지만은 확실하다. 하나, 인간은 벌레가 아니다. 그리고 또 하나, 인간은 희망을 가질 수 있다. 찬란한 예감이 글을 쓸 것 같은 예감이라서 정말로 다행이라고 나는 되뇐다. 그리하여 우리가 박완서라는 작가를 가질 수 있었으니.
― 정이현, 「지금 다시 박완서를 읽으며」 중에서

“요즘도 싱아가 어떻게 생겼는지 알고 싶다는 독자 편지를 받으면 내 입 안 가득 싱아의 맛이 떠오른다. 그 기억의 맛은 언제나 젊고 싱싱하다. 나의 생생한 기억의 공간을 받아 줄 다음 세대가 있다는 건 작가로서 누리는 특권이 아닐 수 없다.”
― 「작가의 말」 중에서

종이책 회원 리뷰 (46건)

그 많던 싱아는 누가다 먹었을까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 YES마니아 : 로얄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옥*장 | 2022.12.25

화가가 자화상 한두 장쯤 그려보고 싶은 심정 정도로 썼다는 저자의 자전적 소설이다.

에세이이기도 한 이 책은 저자 본인의 삶 중 어느 한 시기를 시대상과 잘 버무러 시대가 많이 흐른 지금 우리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고, 문학적 가치가 큰 작품으로 많은 이들에게 읽히고 있다.

 

싱아로 대변되는 박적골에 대한 향수를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누구에게나 있을법한 노스텔지어가 떠오르기도 하고 1930~40년대에 여자에게도 신교육을 시키고 기생집 삯바느질로 자식들을 먹여살리는 강인한 어머니의 모습속에서도 그 시대를 살아낸 우리 여성들의 삶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은 크게 4가지 테마로 읽을 수 있었다.

하나, 박적골과 상아로 대변되는 저자의 유년시절과

, 너무 자기 확신에 찬 모습이 오히려 우격다짐처럼 보였다는 엄마와 저자와의 대립적 관계 또는 이해관계,

, 전쟁문학의 걸작으로 손꼽히는 문학 속에서 이념대립과정과 국가와는 다른 실제 시민들의 삶을 직접적으로 들여다보며 시대상을 목도할 수 있었고,

, 마지막으로 목구멍이 포도청도 겁나지 않았던 글쓰기에 대한 예감으로 저자의 삶과 문학을 우리가 이렇게 들여다 볼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너른 들판에서 강아지처럼 뛰어 놀았다는 저자는 그 많은 싱아들이 어디로 사라졌냐는 물음을 통해 저자 본인의 노스텔지어와 나라가 겪은 일제치하나 한국전쟁으로 사라져간 무수한 자연 본연의 모습들, 입으로 시집 보내겠다 호기롭게 여자 아이를 교육시켜 신여성의 삶을 선사하고, 그 모든 기운의 근원인 오빠의 부재속에서 엄마와 저자가 살아내야 했던 잃어버린 삶에 대해 이야기 한다.

 

1950년대가 되어 저자가 20살이 넘어가면서 시작된 한국전쟁을 마주하며 이야기는 끝이 나는데 후속작으로 알려진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도 이어서 함께 읽어보면 좋을것같다. 팍팍한 서울살이 속에서 박적골을 떠올리며, 방학을 기다리며 시골 삶에서의 충만한 행복을 꿈 꾸었던 작가의 삶이 인상적이었다.

 

더 이상 싱아도 그 싱아 비슷한 무엇도 이 시대에는 없지만, 자유와 이념이 부딪히고 그 속에서 생과사를 오가는 일도 없어졌다. 혼돈의 시절을 살아냈던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 강인한 생명력과 끈끈함은 도대체 어디에서 나오는 것인지 새삼 경탄스럽고 자식에 대한 어머니의 미련스러울만큼 올곧은 신념이 또 인상적이게 남았다.

 

자기 미화 욕구를 극복하기 어려웠다고 말한 저자의 말이 결국 이 소설을 더더욱 가치있게 만들어준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미화가 된 이야기일 지라도 지금은 아련한 그 시절 박적골의 모습이 지금 이 책을 읽는 우리들에게도 새로운 노스텔지어가 되어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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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YES마니아 : 플래티넘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x****7 | 2022.10.30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는 박완서 작가님의 자전적 스토리의 소설입니다.

작가님께서 직접 겪고 기억하시는 일들로 쓰신 근대사는 일반 서민으로서 지내야했던 격동의 시대를 생생히 담고 있습니다.
교과서에 있는 설명글과 같은 줄글로 배우며 읽는 것과 특정 인물에게 이입하여 그 상황을 보는 것은 분명한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한국 전쟁 속에서 살아가는 서민들의 삶과 피난의 모습.

작가님의 작품은 이번이 처음인데 교과서에 실린 만큼 좋은 글이었습니다. 작가님의 다른 소설 또한 이어 읽어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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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YES마니아 : 플래티넘 달**크 | 2022.09.30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는 박완서 선생님의 어린시절부터
1950년 한국전쟁때까지의 이야기이다.


책을 읽으며 비슷한 연배인 할아버지, 할머니를 떠올리게 된다.
할아버지는 2002년에 돌아가셨지만 할머니께서는 건강하셔서
내가 궁금해서도 그렇고, 자주 한국전쟁때 있었던 옛날 이야기를 들려주신다.


나는 이야기들을 듣고 기억했다가 글로 기록 해두는 습관이 생겼는데,
내가 들은 옛날 이야기를 기록으로 남겨놓지 않으면 바쁜 현대생활로인해
들었던 이야기들을 잊어버릴지도 모른다는 불안함이 있어서이다.


그 많던 싱아를 누가 다 먹었을까를 읽으면 그 당시 사람들의
생활상을 잘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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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회원 리뷰 (730건)

구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 YES마니아 : 골드 g******k | 2022.09.17
박완서님의 그 많건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리뷰입니다. 오구오구페이백 행사 덕분으로 박완서님의 책을 다시 읽어볼 좋은 기회를 가졌습니다. 학교 다닐때 읽었던 책이었는데 거의 잊고 지내고 있다가 정말 오랜만에 다시 읽었습니다. 과거에도 뭔가 뭉클하고 아련한 느낌을 받았는데 이번에도 내가 살지
못한 시대의 이아기이지만 왠지 저의 유년시절도 되돌아보게 하네요. 정말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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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3점 | YES마니아 : 로얄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y********4 | 2022.09.17

박완서 작가님의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개정판) 감상입니다.

우리나라 현대문학의 대표 작가님이신 박완서 작가님의 유명작입니다. 어릴 때 한번 읽었는데 너무 오래되섵지 거의 잊어버렸고... 다시 읽으니 옛날 어렸을 때 생각이 나네요.

한국전쟁 전후의 근현대사를 다루는 소설은 요즘은 별로 없는데 새삼 우리나라 역사를 되새기는 느낌이 들기도 했고요. 작가님의 수려한 문장력도 참 읽을 맛이 납니다. 글이 알차다는 느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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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리뷰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YES마니아 : 로얄 리****인 | 2022.09.17

박완서 작가의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리뷰.

 

과거 선풍적인 인기를 얻었던 명작을 페이백 이벤트를 통해 만나게 될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기에 참 반가웠다. 애석하게도 과거 이 작품이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던 시기에는 이 작품을 읽기에는 모자란 점이 많아서 미처 읽지 못했는데, 지금은 제대로 읽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기에 감사하며 읽었다. 명작은 시대를 초월해서 전해지는 감동이 있음을 다시 깨닫게 된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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