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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만드는 법

더 많은 독자를 상상하는 편집자의 모험

이연실 | 유유 | 2021년 3월 13일 한줄평 총점 10.0 (18건)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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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시 >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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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뉴스로 보는 책

책 소개

김훈의 『라면을 끓이며』, 요조·임경선의 『여자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이슬아의 『부지런한 사랑』 등 눈에 띄고 잘 팔리는 에세이를 꾸준히 만들어 온 이연실 편집자가 그간 자신이 맡은 원고를 치밀하게 뜯어보고 편집하며 배운 것들을 정리해서 책으로 엮어 냈다. 독자를 상상하는 시기부터 제목을 짓고 표지를 만들고 독자의 마음에 가닿는 순간까지, 한 순간도 허투루 흐르지 않은 그의 시간이 고스란히 이 책 『에세이 만드는 법』 속에 담겼다. 주목받는 에세이를 만들고 싶은 편집자는 물론 글로써 대중에게 다가가고 싶어 하는 작가에게도 도움이 될 내용이 가득하다. 나아가 ‘좋은’ 에세이를 찾고 읽는 독자에게도 따뜻한 감동을 주며, 당신이 좋아하는 에세이가 왜 그토록 매력적인지까지 알려 줄 것이다.
  •  책의 일부 내용을 미리 읽어보실 수 있습니다. 미리보기

목차

들어가는 글─붓 가는 대로 쓴 글에 치밀한 전략을 세워 시장에 내보내기

1 에세이의 타깃 독자는 ‘대중’이다
: 더 많은 독자를 상상하는 대중적인 편집자 되기

2 ‘제목발’ 무시하지 마라, 너는 한 번이라도 제목으로 책의 운명을 움직여 보았는가
: 내가 제목을 짓는 세 가지 방법

3 띠지 문안은 편집자의 간판이다
: 눈에 띄지 않으면 띠지가 아니니까

4 에세이 편집자의 컴퓨터엔 자기만의 갤러리가 있어야 한다
: ‘예쁜 책들의 전쟁터’에서 살아남는 법

5 사람들의 오만가지 디자인 수정 요청 앞에서 주저앉고 싶을 때 우리의 자세
: ‘진상’이 되지 않고 디자이너에게 한 번 더! 라고 말하기

6 작가의 상처와 기억을 ‘뜯어고치지’ 않습니다
: 원고, 어떻게, 어디까지 고칠까?

7 마케터를 내 책의 팬으로 만드는 법
: 북극 바닷물을 퍼서라도 책에 도움이 된다면

8 잘 팔리는 에세이일수록 서평 못 받는다?
: 서평 타는 에세이 보도자료의 잔기술

9 계약서를 꺼낼 때와 집어넣어야 할 때
: 에세이 기획의 타율 높이기

10 유명인의 책에서 인기와 팬덤보다 중요한 것
: SNS 팔로워 수와 인지도에 속지 마라

11 에세이 업계에선 덕후가 계를 탄다
: 좋아하는 것을 더 좋아하기

12 외국어 못해도 될성부른 해외 에세이를 발굴하고 편집할 수 있다
: 외국어 실력보다 중요한 독자들과의 접점 만들기

13 나는 예술가보다 생활인이 좋아요
: 생활의 달인들을 작가로 만들기

14 작가들과 잘 놀기, 그들의 말 기억하기
: 그리고 내상을 다스리는 법에 대하여

나오는 글─‘잡문’ 편집자의 각오

상세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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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저 : 이연실
15년 차 에세이 편집자. 문학동네 편집팀장. 대학교 4학년이던 2007년, ‘내 청춘은 망했고 빨리 돈이나 벌러 나가자’는 심정으로 문학동네에 입사했다. 옛날 드라마 「아들과 딸」의 후남이처럼 온갖 시련 속에서 콜록거리면서도 교정지를 보는 호젓한 모습을 상상하며 출판사에 들어왔으나, 엉덩이에 불나게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조율하고 뛰어다니는 기획편집자의 실상에 충격받으며, 내가 오해한 이 일을 끝까지 이해하고 잘해 보고 싶어졌다. 첫 출판사인 문학동네에서 쭉 일하며 김훈의 『라면을 끓이며』, 하정우의 『걷는 사람, 하정우』,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의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 15년 차 에세이 편집자. 문학동네 편집팀장. 대학교 4학년이던 2007년, ‘내 청춘은 망했고 빨리 돈이나 벌러 나가자’는 심정으로 문학동네에 입사했다. 옛날 드라마 「아들과 딸」의 후남이처럼 온갖 시련 속에서 콜록거리면서도 교정지를 보는 호젓한 모습을 상상하며 출판사에 들어왔으나, 엉덩이에 불나게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조율하고 뛰어다니는 기획편집자의 실상에 충격받으며, 내가 오해한 이 일을 끝까지 이해하고 잘해 보고 싶어졌다. 첫 출판사인 문학동네에서 쭉 일하며 김훈의 『라면을 끓이며』, 하정우의 『걷는 사람, 하정우』,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의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김이나의 『김이나의 작사법』, 이슬아의 『부지런한 사랑』 등의 에세이를 만들었다. 에세이는 한 사람의 결과 바닥을 그대로 드러내는 적나라하고도 무서운 장르라고 생각한다. 좋은 에세이가 되는 삶을 살아온 작가와 같이 일하고 노는 시간을 사랑한다. 그들 곁에서 ‘나만 아는 작가의 말’을 수집하고 편집해, 원고와 내 삶에 반영한다. 장래희망은 백발이 돼서도 교정지 든 에코백 메고 저자 미팅 현장과 서점을 누비는 ‘현직’ 할머니 편집자.

트위터·인스타그램·페이스북 @promunhak

출판사 리뷰

★김이나, 이슬아 추천!
‘진정성의 전쟁터’, 에세이 시장에서
빛나는 책, 팔리는 책을 만들어 내고야 마는
선수 편집자의 작전 파일


이슬아의 『부지런한 사랑』, 김이나의 『김이나의 작사법』 등 눈에 띄고 잘 팔리는 에세이를 꾸준히 만들어 온 이연실 편집자가 그간 자신이 맡은 원고를 치밀하게 편집하며 배운 것들을 처음으로 정리해서 대중에게 선보인다. 독자를 상상하는 시기부터 제목을 짓고 표지를 만들고 독자의 마음에 가닿는 순간까지, 한 순간도 허투루 흐르지 않은 그의 시간이 고스란히 이 책 속에 담겼다.
‘에세이의 시대’라는 말이 돌 정도로 수많은 에세이가 경쟁하는 시장에서 그가 만든 에세이는 좀처럼 대중에게 외면받는 일이 없다. 그래서 출판편집자를 대상으로 하는 강연이 기획되고 그가 연사로 나선다는 소문이 돌면 그 강연은 금세 마감된다. 편집자, 아니 독자라도 한 번쯤은 눈길을 둘 수밖에 없는 책, 기획과 편집 과정이 궁금한 책, 편집자라면 누구나 함께 일해 보고 싶어 하는 작가들의 책을 그가 만들기 때문이다.
그가 만든 책은 어딘가 믿음직스러운 구석이 있다. 김훈 작가의 에세이, 김용택 작가의 퇴임 기념 헌정 문집, 유명인이나 연예인의 에세이집 등 ‘누가 만들어도 어느 정도 잘 될 책’이라면 더욱 발 벗고 나서서 ‘다르게’ 만들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고생길이 훤한 책, 저자의 인지도도 부족하고 소재도 생소하지만 하고 싶고 할 수 있는 일이 연이어 떠오르는 새로운 책이면 주저 없이 뛰어들어 판을 키운다. 그래서 그와 첫 작업을 하는 작가들은 농반진반 ‘그럼 이제 제 책도 베스트셀러가 되는 건가요?’ 하고 묻기도 한다. 우리 모두 알다시피 베스트셀러 만드는 법칙 같은 건 없지만 그는 이렇게 약속한다. 진짜로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도록, ‘예비 독자’를 넘어 대중의 마음까지 사로잡을 ‘한 끗’을 발견해 내겠노라고. 그 스스로 에세이는 편집자가 얼마나 치밀하게 준비하느냐에 따라 ‘뜻밖의 기적’이 일어날 확률과 가능성이 극적으로 달라지는 장르라고 믿기 때문이다.
이 책은 바로 그 ‘약속’을 지키려고 분투해 온 시간의 기록이다. 그 시간은 고스란히 누군가의 마음을 두드릴 ‘진정성’을 궁리하며 보낸 시간이기에 이 책은 빛나는 에세이를 만들고 싶은 편집자는 물론 글로써 대중에게 다가가고 싶어 하는 작가에게도 영감을 주고, 나아가 ‘좋은’ 에세이를 찾고 읽는 독자에게는 따뜻한 감동을 준다.

“저 사람은 어떤 책이 될까?”
될성부른 작가를 알아보는 편집자가 계약서를 꺼내는 순간


에세이 편집자는 ‘작가 되기’에 관심 없는 사람들을 책의 세계로 끌어들이는 역할을 한다. 에세이가 대중적인 장르이기 때문이다. “에세이는 책의 여러 장르 가운데서 진입 장벽이 낮다. 작가의 길을 미처 생각 못했던 사람이 첫 책을 쓴다고 할 때, 그 책의 장르는 에세이가 될 확률이 높고 평소 책과 그리 친하지 않은 독자가 우연히 서점에 들러 책 한 권을 집어 들었을 때, 그 책 역시 에세이가 될 확률이 높다.”(22쪽) 즉 에세이 편집자는 자신이 얼마나 대단하고 아름다운지 모르는 사람을 작가로 발굴하는 사람이고, 아직 작가로서 독자를 만나 본 적 없는 예비·신인 작가를 누구보다 자주 만나는 사람이다. 그렇기에 이 책에는 예비 작가가 눈여겨보아야 할 정보도 그득하다.
어떤 작가가 에세이 편집자의 마음을 두드리고, 어떤 글이 에세이 편집자의 상상력을 자극하는지. 에세이 편집자는 어떤 순간에 계약서를 꺼내 들고, 어떤 제목·띠지·카피로 책의 운명을 바꾸는지. 저자를 설득할 때 어떤 화법을 쓰고, 어떤 일 때문에 내상을 입는지. 작가에게 누구보다 든든한 협업자인 편집자가 어떻게 일하는지 정확히 아는 것은 쓰는 사람에게 도움이 된다. 에세이를 쓰고 싶어 하는 사람, 막연하지만 언젠가 저자가 되어 책 쓰는 경험을 해 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분명 이 책에서 많은 팁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종이책 회원 리뷰 (14건)

구매 에세이
내용 평점3점   편집/디자인 평점3점 | YES마니아 : 골드 s*******l | 2023.01.23
에세이 만드는 법이라고 해서 방법론으로 구성되어 있을줄 알았지만 작가가 에세이 편집자로 일하면서 겪은 에피소드의 향연이었다.
불가능할 것만 같은 일들을 기획해서 이루어내는 과정은 읽으면서 즐거웠다. ‘나도 이렇게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며 에세이 편집자로서의 일과 고충을 상상해보았다. 그중에서도 편집자 자신이 벌린 이벤트의 중심인 북극 바닷물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아무리 책 출간이 임박하다고 해도 급한 나머지 실수를 하고 만다. 기꺼이 이벤트에 참여해준 북극 바닷물 연구원에게 그 물을 가지러 갈 퀵서비스 기사님을 연구소로 보내겠다고 했던 것. 그러나 그렇게는 안 되겠다는 연구원의 답. 이 바닷물은 북극까지 간 탐사대원들이 땀 흘려 길어 올린 것이고, 아무리 당초의 사용과 연구 목적이 다 끝났다고 할지라도 퀵서비스 오토바이에 실려서 덜렁덜렁 실려 갈 물건은 아니라고.
기대했던 방법론은 아니지만 읽으면서 편집자의 상황을 조금이나마 공감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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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편집자가 에세이 작가가 되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 [에세이 만드는 법]을 읽고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흙******에 | 2023.01.19

에세이 편집자가 에세이 작가가 되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에세이 만드는 법>을 읽고

 

 

  퀴즈 하나를 풀어보자. 『라면을 끓이며』, 『걷는 사람, 하정우』, 『김이나의 작사법』, 『나는 울 때마다 엄마 얼굴이 된다』 이들 책 네 권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여기저기서 들리는 "장르가 모두 에세이다.", "출판사가 모두 문학동네다."라는 소리에 모두 정답입니다, 라고 말해야겠으나 출제자가 원하는 답은 책표지에 있지 않다. 본문을 다 읽은 뒤 남은 마지막 페이지 혹은 책 뒷날개를 젖히면 보이는 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는데, 바로 책을 편집한 사람이 동일인이라는 것이다. 지난 15년간(책 출간일 기준, 올해로 17년차) 에세이 편집자로 일하며 신물나기는커녕 신명나게 책을 만들어오고 있다는 이연실 작가의 첫 책, <에세이 만드는 법>을 다시 만나보았다.

  "사실 난 에세이가 싫었다."고 쓰여진 첫 문장을 본 순간, 잠시 고개를 갸웃거리지만 이내 끄덕이게 된다. 에세이를 좋아하는 독자의 한 사람으로서 에세이를 만드는 사람의 저 마음을 어렴풋이나마 이해할 수 있어서다. 뼛속까지 소설바라기였던 그가 출판사 국내문학팀에 들어온지 얼마 지나지 않아 비소설·에세이팀으로 옮긴 뒤 지금까지 에세이와 함께해온 사연을 다 듣고나면 저 문장이 가진 반어적 의미가 또렷해지다. 닮은 듯 다른 이유에서 나 또한 서른 전까지 수필보단 작가적 상상력을 만끽할 수 있는 소설을 단연코 선호했지만, 나이가 들수록 동시대를 살면서 나와 다른 삶을 사는 사람들은 어떤 일을 하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궁금해서 계속 에세이 곁을 맴돌고 있다.

 

"일단 여기서 닥치는 대로 해 봐. 그럼 나중엔 네가 원하는 어떤 사람이건 이야기건 다 책으로 만들 수 있게 될 테니까."(10쪽)

 

  예나 지금이나 같이 일하는 털보 실장님이 신입 편집자에게 건넸던 응원이자 유혹의 메시지는 훗날 적중한 예언처럼 저자를 멋진 사람과 잊지 못할 이야기를 한 권의 에세이로 만들어내는 편집팀장으로 성장시켰다. 편집자는 기획 단계에서부터 차례 구성, 제목, 본문 디자인, 표지 디자인, 표지 카피, 띠지 문안, 보도자료에 이르기까지 책의 일거수일투족을 살피는 사람이다. 어느 것 하나 허투루 할 수 없기에 그는 늘 전쟁에 임하는 마음가짐으로 '전쟁통에서 불량품이 아닌 뇌관을 준비하고 재미와 감동이라는 도화선을 독자의 마음에 정확하게 연결해 불꽃을 터뜨리는 일(13쪽)'에 진심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전쟁 같이 위험하지만 사랑할 수밖에 없는 에세이를 만드는 편집자 곁에는 (이따금 적과의 동침을 연출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든든한 전우들이 있다. 작가, 디자이너, 마케터 사이를 종횡무진 오가며 그들과 제대로 교감하고 소통해야만 책 한 권으로부터 제대(除隊)하게 된다. 이를테면 김훈 작가와 찌개에 라면사리를 넣어 먹으며 나눈 대화 속에서 '손과 발', '살아온 날들의 기억', '가까운 글쓰기' 등의 예비 제목들을 제치고 『라면을 끓이며』라는 제목이 탄생했다거나, 『김이나의 작사법』에 쓰일 띠지 문안을 놓고 한참 옥신각신하다가 절충안으로 '대한민국 작사가 저작권료 수입 1위'라는 딱지는 한 편에 접어두고 가수 아이유, 윤상 등 추천 아티스트의 이름을 넣어 출간했다고 한다. 또한 한지붕 아래서 일하는 동료 디자이너와 마케터에게 '진상'이 되지 않고 입장 차이를 좁히고 서로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가는 저자의 경험담은 직장생활자인 내게 '진'한 인'상'을 남겼다.

 

교정지 첫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나는 항상 다짐하듯 떠올린다. 지금 내가 만지는 것은 한 사람이 살아 낸 삶이고, 소중히 붙들어 온 기억이고, 때론 용기 내어 꺼낸 상처이기도 하다고.(86쪽)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책을 읽을 때면 글쓴이와 그가 쓴 이야기에만 눈길이 갔다. 그러다 출판계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관한 에세이를 만나면서부터 책이라는 세계가 상상보다 크고 넓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덕분에 원고를 고치는 데에 띄워쓰기나 표기 규칙을 점검하는 '교정'과 비문과 가독성이 떨어지는 문장을 가다듬는 '교열'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다. 저자는 교정교열과 글에 윤기를 더하는 '윤문'이라는 작업에 작가의 상처와 기억을 뜯어고치지 않고 작가에게 그 상처가 함부로 다뤄지지 않았음을, 독자에게 작가의 소중한 기억이 진정성 있게 가닿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낸다.  

  저자는 편집자와 작가라는 1인 2역을 소화하면서 이 책을 썼을 것이다. 순간순간 자기 정체성에 대한 혼란이 오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지만, 어쩌면 에세이를 만드는(편집하고 쓰는) 자의 숙명과도 같이 여겼을지도 모르겠다. 그러고 보니 '에세이'라는 장르가 그렇다. 저자의 말처럼 자서전, 인문, 자기계발, 르포, 실용 등 발을 담근 곳이 하도 많아서 한 마디로 정의내리기가 쉽지 않다. 에세이의 또 다른 이름은 '잡문'이다. 여타 장르에 비해 가볍다는 느낌을 준다는 편견이 담긴 표현에 그는 정여울 작가의 말로 당당히 맞선다. "'잡스럽다'는 것은 반듯하게 그어진 경계나 선 따위는 가볍게 뛰어넘어 무엇이든 될 수 있고,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라고." 이러한 에세이의 자유로움과 가능성에 매료된 저자(인지 편집자인지는 이제 우리에게 중요치 않다)는 '한정된 독자가 아닌 더 많은 대중에게 두루 쉽게 다가설 수 있는 보편성과 일상성을 지닌 책'이 바로 에세이라고 재정의한다.

  <에세이 만드는 법> 역시 한마디로 소개하기 어려운 책이다. 누군가는 편집자의 일상과 그속에 자리한 기쁨과 슬픔을 발견하거나, 그처럼 에세이 편집자를 꿈꾸는 이에게는 실제로 용기를 북돋아줄 '실용'서로 읽힐 수도 있을 듯하다. 적어도 내게는 에세이 편집자라는 존재를 각인시켜줌과 동시에 '에세이는 어떻게 쓰여야 하는가', '에세이는 왜 읽어야 하는가'와 같은 흥미로운 질문을 던져준 책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에세이는 억지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한 사람이 살아온 대로, 경험한 만큼 쓰이는 글이 에세이다. 삶이 불러 주는 이야기를 기억 속에서 숙성시켰다가 작가의 손이 자연스레 받아쓰는 글이 에세이다.(13쪽)

 

 

#에세이만드는법 #이연실편집자 #유유출판사 #책읽아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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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책이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에 관한 매혹적인 이야기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YES마니아 : 플래티넘 드**리 | 2022.10.05

『에세이 만드는 법』은 굉장한 책이다. 나처럼 종이책 관련 일에 종사하는 사람에게 말이다. 이 책은 출판계 스타 편집가 이연실 저자가 썼다. 제목, 띠지, 보도자료, 저자와 소통, 마케팅 등 책의 시작에서부터 끝까지를 다룬다. 이연실 저자가 쓴 책과 함께 작업한 사람의 면모가 화려하다. 김훈 『라면을 끓이며』, 하정우 『걷는 사람, 하정우』,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김이나 『김이나의 작사법』, 최규석 연상호 『지옥』 등등. 저자 분과 직접 뵌 적은 없으나, 먼 발치에서 대단한 사람일 거라고 생각했다. 이 책을 읽으니, 그 생각이 맞았다. 난 사람이다.

 

일하기 싫다, 파이어가 내 꿈이지, 로또 1등 언제 걸리나(요즘은 안 사고 있지만)를 입에 달고 있는 나와는 차원이 다른 사람이다. 일을 잘하는 사람은 업에 관한 정의를 잘 내리고 실천하는 사람이랬다. 이연실 저자가 그러하다. 편집자, 그중에서도 에세이 편집자가 어떤 일을 하는지, 해야 하는지를 『에세이 만드는 법』에 농축했다. 나, 조금 부끄러워졌다. 좀 더 재밌게, 열심히 일을 해야겠다는 다짐을 했더랬지. 회사를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위해서 말이다.

 

종이책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방어적 비관주의로 쏠린다. 나를 포함해서 말이다. 그런 거다. 잘 안 되겠지, 1쇄 못 넘기겠지, 종이책 시장이 성장하겠어, 누가 요즘 책 봐 넷플릭스 보겠지 등등. 그럼에도 우리는 안다. 여전히 종이책을 읽는 사람이 있고, 글을 쓰고 싶어하는 사람이 꽤 많다는 사실을. 이 책에서 에세이 편집자의 역할 중 하나가 생활예술인을 발굴하는 거라고 하는데, 동감한다. 무한한 데이터가 인터넷에 쌓이는 시기, 종이책이 담당했던 지식 전달이라는 역할은 많이 사라질 테다. 대신 생활예술인이 독자에게 줄 수 있는 공감, 통찰은 종이책이 우위다. 심지어 영상보다 우위다. 영상을 잘 만들려면 엄청난 자본과 인원이 필요한데, 종이책은 그렇지 않거든. 저자와 편집자에게 시간과 고통이 동반될지언정, 영상보다는 가성비가 훨씬 유리한 매체다. 물론 그렇다 보니 여러 사람이 지적하듯 읽는 사람은 적은데 쓰고 싶어하는 사람만 많아진 측면도 있긴 하지만. (『밥보다 등산』 역시 그러한 분위기에 편승했지 않냐고 말한다면, 그래도 산행기 중에서는 꽤 괜찮지 않았냐고 변명해본다.)

 

일하며 겪는 다양한 관계에 관한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저자, 마케터, 디자이너와 때로는 다투고 때로는 합심하여 밀고 나가는 모습이 멋있었다. 그에 비해 서점이 돌아가는 방식은 몹시 삭막하다는 느낌. 그중에서 가장 재밌게 읽은 부분은 역시 김언수 작가님이 등장하는 편. 궁금하면 책을 보시라. 역시나 김언수 작가님은 소설도 소설이지만, 그냥 썰을 잘 푸신다. 그밖에 셀럽이라고 무조건 작업하지 않는다, 셀럽의 팬 수보다는 그 셀럽이 풀어낼 수 있는 이야기를 발굴하라는 뚝심도 멋있었다.

 

아직 2022년이 세달이나 남았지만, 이 책은 올해 읽은 책 중 무조건 Best 5 안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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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는 편집자가 얼마나 치밀하게 준비했느냐에 따라 '뜻밖의 기적'이 일어날 확률과 가능성이 극적으로 달라지는 장르라고 나는 믿는다. 오늘도 나는 긴장 반 설렘 반으로, 독자의 가슴에서 터지길 고대하며 책장 여기저기에 뇌관과 도화선을 깔아 놓는다. (13쪽)

 

앞으로 이 책에서 나는 끊임없이 '팔리는 에세이', '독자에게 선택받는 에세이'에 대해 말할 것이다. 어떤이는 그것은 편집이 아니라 마케팅의 영역 아니냐고 물을지 모른다. 하지만 나는 '최고의 마케터는 결국 그 책'이라는 출판 시장의 오랜 잠언을 믿는다. 특히나 매일 엄청난 종수의 신간이 쏟아지는 만큼 매대 회전율도 빠른 에세이 시장에서 출간 초기에 책이 스스로 강력한 마케터 역할을 해낼 수 있도록 자리 잡게 하는 일은 결국 편집자의 몫이다. (28쪽)

 

띠지 문안은 편집자의 간판이다. (중략)

그러나 유일하게 내가 작가의 마음을 2순위로 미뤄놓는 영역이 있으니, 바로 띠지다. 띠지는 출판사와 편집자의 광고 영역이다. 나는 띠지는 작가보다는 독자의 마음에 들게 쓰려 노력한다. 아니, 일단 독자의 '눈'에 들게끔 쓴다는 것이 정확하겠다. 그러다 보니 이 휘황한 네온사인 광고판을 만드는 시점에서는 작가와 종종 부딪친다. (46~47쪽)

 

책을 파는 일, 특히 에세이를 판다는 것은 과격하게 말하자면 '작가가 제 삶의 일부를 파는 일'이다. 작가의 경험과 삶 가운데 가장 예민하고 잊을 수 없는 부분을 내다 팔아야만 한다. (53~54쪽)

 

에세이 편집자가 디자인에 대해 가질 수 있는 가장 나쁜 태도는 아무 생각도, 의견도, 제안도 없는 것이다. (65쪽)

 

이러나저러나 어차피 내가 최종 결정권자가 아니라 생각하며, 일에 자기 자신을 걸지 않는 사람은 일할 때 감정 소모도 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화내는 디자이너, 화내는 마케터, 화내는 작가, 당장은 까다롭고 불편한 이야기일지라도 길게 보면 서로의 작업을 위해 확실한 도움이 되는 이야기를 까놓고 말해 주는 사람들을 줄곧 좋아했다. (7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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