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래 저
조정래 저
조정래 저
조정래 저
조정래 저
공지영 저
참 잘 그려내고 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지금부터 약 200여 년 전에 있었던 일들을 눈에 보이듯이 그려내고 있다. 저자의 상상력과 필력에 경의를 표할 따름이다. ‘자산어보’라는 책자가 가장 중심이 된 글거리일 것으로 생각되는데, 책의 저자를 많은 상상력을 동원해 재현시켜 놓고 있다. 실제 현장 속에 들어가 책의 저자와 함께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강하게 받는다.
신유박해는 정조가 죽고 정순대비가 이끄는 권력들의 천주교를 싫어하는 가운데 일어난 일이다. 그때 많은 천주교인들이 희생양이 되었다. 황서영 백서사건도 일어나고 연루된 정씨 일가도 죽거나 귀양 가는 결과가 만들어졌다. 그 가운데 흑산도로 귀양을 간 정약전, 강진으로 귀양을 간 정약용은 대단한 업적을 남겼다. 귀양을 가 있기 때문에 다른 일들을 할 수 없었던 그들은 할 것들을 찾고, 그런 가운데 섬 주민의 도움을 받아 정약전은 자선어보라는 고기들의 족보를 만든 것이다. 그 책은 그 이후 유용하게 사용된 것으로 안다. 이 책은 그 정약전의 삶을 재구성해 보고 있다.
병조좌랑으로 종사했던 정약전은 천주교 박해사건을 통해서 거문도로 귀양을 가게 된다. 처음 거문도에 들어설 때는 암담함이 온몸을 휘감는다. 어떻게 살아갈까? 다시 한양에 돌아갈 수 있을까?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노심초사하는 마음이 눈에 보일 듯하다. 바닷가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기력한 삶, 그의 답답함이 된다. 그런 그에게 글공부를 하는 어부, 청년 창대를 만난다. 그리고 창대의 도움을 받으면서 어보를 만들어볼 결심을 한다. 어보를 만들어 두면 흑산도 주변의 어족들의 생태에 관해 알 수 있게 되어 어민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그의 뜻은 서울에 있던 지인들에게 많은 책자를 공급 받을 수 있게 되고, 창대와 마을 사람들과 소통을 할 수 있는 기회도 된다. 그리고 창대의 많은 도움을 받으면서 고기들을 살펴나가게 되고, 그들의 족보도 구성해 본다. 조개류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그러면서 섬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주는 소통이 이루어져 나간다.
창대는 신이 났다. 한양 선비로부터 인정을 받은 것이다. 물질이라면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고 자부하고 있다. 창대는 어보의 초가 한 장 한 장 늘어나는 것을 보며 약전 못지않게 뿌듯했다. 더구나 물눈을 얻은 마당이다. 물눈을 끼면 물속이 바깥세상처럼 환하게 보인다고 하는데 얼마나 멀리까지 보일까. 창대는 당장이라도 물질을 하고 싶어서 근질근질했다.
창대는 제주에서 와서 할머니를 보살피며 물질을 하는 전옥패의 모습에 반한다. 그런데 마을에서 잠녀의 죽음(괴사)이 일어난다. 마을 사람들은 용왕님이 노해서 그렇다고 하면서 물굿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잠녀들의 수장이 무녀를 찾아가 물굿을 해달라고 청한다. 물굿을 해도 잠녀들의 죽음은 계속 일어난다. 3명이나 죽는다. 한편 창대의 부탁으로 약전도 변사사건은 에 매달린다. 그리고 냉수괴(조류) 때문이라고 판단한다. 자연적으로 없어질 것이니 때를 가다리라고 한다. 하지만 잠녀들은 부정한 자가 있고, 그 부정한 자는 전옥패라고 얘기한다. 창대가 물에서 몰래 그를 도와 전복 등 값나가는 많은 해산물을 따게 한 결과다. 그것이 다른 잠녀들에게 질투를 일으키게 하고, 일은 극단으로 치닫는다. 다시 물굿을 하고 인신공희를 하겠다는 결정을 한다. 그 제물로는 전옥패가 결정된다. 전옥패도 부정한 부모를 둔 존재라, 스스로도 인정하고 띠배를 타기로 스스로 결정한다. 할머니를 위한 조치를 할 수 있게 해준다는 무녀의 말도 그의 마음 결정에 중요한 요소가 된다.
물고기 족보(어보)를 만들면서 섬 생활을 하던 약전에게도 그 일은 충격적으로 다가온다. 아무리 마을 사람들을 말려보지만 ‘소귀에 경 읽기’다. 결국 배는 바다 중심으로 들어가게 되고, 띠배는 갈아 앉게 된다. 그 띠배에 무녀도 함께 탄다. 한편 마을 사람들도 약전의 말을 통해 죄책감에 쌓여 그들을 구할 것을 생각하고 배를 띠배가 있는 곳으로 돌린다. 창대는 전옥패를 구하기 위해 혼자 거룻배를 타고 들어간다. 그리고 구하는 와중에 둘 다 물에 빠져 죽기 직전까지 몰리게 된다. 그들은 마을 사람들에게 구조되고 냉류가 흐르는 속에서 무당은 구하지 못한다. 결국 그 물굿을 통해 무당이 죽게 된다. 이런 일들이 그들 관계와 사연 중심으로 표현된다.
그 일이 있은 후 창대는 약전이 어보를 만드는 것을 계속해서 도우며 한편 전옥패와 결혼을 한다. 둘은 깨가 쏟아지도록 어울려서 잘 살아간다. 보기에 좋다. 그러면서 창대는 약전을 도우는 일을 쉬지 않는다. 또 흑산도에 조기 만선이 이루어져 파시가 열린다. 그런데 이 파시를 권력을 등에 업고 매점을 하는 상인이 나타난다. 어부들은 파시가 열리면 많은 거간들이 몰려 흥정을 하고 물건을 구입해 가야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는데, 이번 파시에는 상인들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차현장이란 사람이 독점을 통해 이득을 취하려 하고 있는 것이다. 파시를 선점한 것이다. 흑산도에서 개별적으로 밖에 나가서 팔려는 것도 잘 안 되고 꼼짝없이 당하게 된 상황이 된다. 그때 정약용이 보낸 이청이란 사람이 흑산도에 온다. 그리고 섬사람들이 함께 똘똘 뭉쳐 독점한 거간꾼을 상대해 나간다. 약전도 약용과 힘을 합쳐 매점매석에 대항해 나간다. 한양으로 조기를 올리고 그것을 풀어나가는 과정을 통해 대항을 하면서 매점의 피해를 최소화해 나간다.
귀양 가 있으면서도 나라의 일들에 마음을 다하고 있는 실학자들의 노력이 눈물겹게 다가온다. 그것이 민심을 마음에 담았기에 가능한 것이다. 이 책은 실학자들이 현실 속에서 열심히 민중들과 호흡을 함께하면서 그들의 신념을 생활 속에서 실천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것이 학문적 성취로까지 나타나고 있다. 이런 실학자들이 있었기에 조선의 사상도 가능성을 보여 준다. 소망적인 비전으로 나타나게 된다. 이런 실학자들이 전면에 나서는 사회가 되었더라면 조선도 일찍 발전성 있는 나라가 되었을 것인데, 하는 안타까움이 있다. 1권을 읽으면서 생활 속에서 민중들과 함께하면서 정약전의 삶의 모습을 상상해볼 수 있었다. 2권을 읽으면서 자산어보에 대한 생각을 더 해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예스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