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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은 어떻게 유럽을 지배하는가

브렉시트와 EU 권력의 재편성

폴 레버 저/이영래 | 메디치미디어 | 2019년 4월 30일 한줄평 총점 8.0 (12건)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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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정치 > 정치/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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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은 어떻게 유럽을 지배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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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영국 최고의 유럽 전문가 폴 레버,
독일이 주도하는 EU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말하다
EU의 미래를 보려면 독일을 이해하는 게 먼저다!

우리는 ‘유럽연합(EU)’이라고 하면 예전에는 영국과 프랑스를 먼저 떠올렸다. 그러나 지금은 EU를 생각하면 독일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현재 EU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국가가 독일이기 때문이다. 《독일은 어떻게 유럽을 지배하는가》의 저자 폴 레버는 영국의 전前 독일 대사로, EU 권력의 이동을 눈앞에서 지켜봤다. 저자에 따르면 EU가 어떤 방향으로 나갈지 제대로 전망하려면 독일이 어떻게 EU를 이끌고 있는지부터 살펴봐야 한다. 이 책은 저자가 외교 현장에서 직접 경험한 현장감 넘치는 실례를 통해 독일의 정치 현실과 힘의 바탕인 경제력, 주변국과의 관계 등 EU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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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해제 독일, ‘유럽의 병자’에서 EU의 강자로
서문
1장 독일의 뜻대로 움직이는 유럽연합 국가들
2장 탄탄한 경제가 힘의 기반
3장 ‘연방’만큼 중요한 ‘지역’
4장 과거가 없는 나라
5장 프랑스와 독일의 돈독한 관계
6장 그 어느 때보다 긴밀한 유럽연합
7장 EU군의 행군을 보게 될 것인가
8장 앞으로의 모습

저자 소개 (2명)

저 : 폴 레버 (Paul Lever)
영국에서 최고의 유럽 전문가로 통한다. 옥스퍼드 대학교 퀸스칼리지를 졸업한 그는 외교부에 들어가 헬싱키 대사관 근무를 시작으로 1972년 영국이 EEC(유럽경제공동체) 조약에 가입할 당시 외교관으로 활약했으며, 이후 40여 년간 독일 리더들과 친분을 쌓아왔다. 1997년부터 6년간 독일 대사를 지냈으며 그밖에도 외무부 유럽국장, EU 집행위원회와 영국 합동군사정보위원회 위원장 등 주요 요직을 거쳤다. 2004년부터 2010년까지는 런던에 위치한 싱크탱크 왕립군사문제연구소 위원장으로 활동했다. 이 책은 2017년 상반기에 출간되어 〈파이낸셜 타임스〉의 찬사를 받았으며, 〈데일리 ... 영국에서 최고의 유럽 전문가로 통한다. 옥스퍼드 대학교 퀸스칼리지를 졸업한 그는 외교부에 들어가 헬싱키 대사관 근무를 시작으로 1972년 영국이 EEC(유럽경제공동체) 조약에 가입할 당시 외교관으로 활약했으며, 이후 40여 년간 독일 리더들과 친분을 쌓아왔다. 1997년부터 6년간 독일 대사를 지냈으며 그밖에도 외무부 유럽국장, EU 집행위원회와 영국 합동군사정보위원회 위원장 등 주요 요직을 거쳤다. 2004년부터 2010년까지는 런던에 위치한 싱크탱크 왕립군사문제연구소 위원장으로 활동했다.
이 책은 2017년 상반기에 출간되어 〈파이낸셜 타임스〉의 찬사를 받았으며, 〈데일리 메일〉과 〈더 텔레그래프〉에서 그해 중요 도서로 선정되는 등 브렉시트에 직면한 영국인들의 ‘독일 알기’ 붐을 잘 보여주었다. 이후에도 〈더 타임스〉 등 유력지에서 독일과 유럽의 미래에 대해 통찰을 주는 책으로 지속적으로 언급되고 있다.
역 : 이영래
이화여자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하고 리츠칼튼 서울에서 리셉셔니스트로, 이수그룹 비서팀에서 비서로 근무했으며, 현재 번역에이전시 엔터스코리아에서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역서로는 《움직임의 뇌과학》, 《뇌는 팩트에 끌리지 않는다》, 《파타고니아, 파도가 칠 때는 서핑을》, 《사업을 한다는 것》, 《빌 게이츠 넥스트 팬데믹을 대비하는 법》 등이 있다. 이화여자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하고 리츠칼튼 서울에서 리셉셔니스트로, 이수그룹 비서팀에서 비서로 근무했으며, 현재 번역에이전시 엔터스코리아에서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역서로는 《움직임의 뇌과학》, 《뇌는 팩트에 끌리지 않는다》, 《파타고니아, 파도가 칠 때는 서핑을》, 《사업을 한다는 것》, 《빌 게이츠 넥스트 팬데믹을 대비하는 법》 등이 있다.

출판사 리뷰

브렉시트 협상 시한이 얼마 남지 않은 지금,
EU는 계속 독일의 뜻대로 움직일 것인가?

유럽은 아직까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일생에 한 번이나 갈까 싶을 정도로 먼 곳이다. 그래서인지 유럽, 특히 EU가 세계에서 발휘하는 영향력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유럽 대부분의 국가가 가입해 있는 EU는 미국?중국과 아울러 국제 정치?경제의 3대 주역(G3) 가운데 하나이자, 세계를 이해하는 또 하나의 축이라고 할 수 있다. G3 중 미국과 중국의 사이는 그리 좋지 않고, 최근 벌어진 미중 무역전쟁처럼 미중 사이에서 힘들어하고 있는 우리에게 그런 점에서 EU는 어쩌면 더 중요한 패일 수 있다.
이 책은 40년이 넘는 풍부한 외교 경력을 가진 영국의 전前 독일 대사 폴 레버가 전하는 EU와 독일에 대한 생생한 정보를 담고 있다. 저자는 EU에서 지배적인 힘을 갖게 된 독일이 어떻게 그 힘을 가지게 되었는지부터 독일이 가진 힘의 배경인 경제력과 그것을 뒷받침하는 특성과 제도, 독일의 연방제와 EU 구조의 유사성, 향후 EU의 전개 및 독일의 영향에 대한 전망까지 보여준다. 특히 최근까지 EU의 역동적인 모습과 앞으로의 20년 동안 일어날 큰 흐름을 예측하고 있다는 점에서 읽어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할 수 있다.

제2차 세계대전 후 유럽 통합의 결과로 탄생한 EU,
프랑스에서 독일로 권력이 이동하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전후 복구 과정에서 유럽에서의 전쟁을 피하고 평화와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유럽 통합의 필요성이 논의되기 시작했다. 그런 논의 결과 가운데 하나로 1951년 전쟁에 필수적인 철강과 석탄의 공동 관리를 목적으로 유럽철강석탄공동체(ECSC)가 탄생했다. 그리고 1957년 유럽경제공동체(EEC)가 발족하면서 자유무역지대가 만들어지고, 1967년에는 유럽공동체(EC)가 출범하면서 관세 동맹이 완성되었다. 1993년에는 이 유럽공동체가 EU로 전환하면서 상품, 서비스, 자본의 이동이 자유로운 단일 시장이 출범했다. 또한 솅겐 조약으로 회원국 내에서의 이동이 자유로워졌다. 유럽을 여행할 때 여권 검사 없이 여러 나라를 자유로이 이동할 수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렇게 탄생한 EU는 개별 국가와 유사한 유럽의회, 유럽사법재판소, EU 집행위원회 등을 통해 초국가적인 입법, 사법, 행정 기능을 수행한다. 다시 말해 EU는 회원국 국민들의 직접 선출에 의해 구성되는 유럽의회, 회원국 정상들의 모임인 유럽이사회, 회원국 장관들의 회의체인 각료이사회, 각종 정책 입안 및 집행을 담당하는 EU 집행위원회를 포함해 유럽사법재판소, 유럽중앙은행, 유럽회계감사원 등을 두고 있다. 그리고 EU에서의 정책 결정은 유럽이사회가 합의로 큰 방향을 정하고, EU 집행위원회가 법안 발의권을 가지며, 각료이사회와 유럽의회에서 승인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독일이 EU를 지배할 수 있게 된 힘의 배경은 무엇인가?
EU의 변화는 이제 독일에 달려 있다!
EU에서의 정책 결정 과정은 복잡하고 어느 한 나라의 주장이 그대로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구조이며, 거의 모든 결정에는 타협이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독일이 EU를 지배하고 있다는 말은 EU의 정책 결정 과정에서 다른 어떤 회원국보다 독일의 의견이 더 많이 반영되거나 관철되고 있다는 뜻이다.
독일이 이런 힘을 가지게 된 계기는 2000년대 후반의 글로벌 금융 위기와 2010년대 초반의 유로 지역 재정 위기였다. 위기 해결 과정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하면서 독일은 유럽의 중추 세력으로 부상했다. 그 결과 ‘모범 국가 독일’이라든가, ‘유럽의 수도는 EU 본부가 있는 브뤼셀이 아닌 베를린’이라는 표현도 낯설지 않았다. 재정 위기가 한창이던 2012년 7월 말, 티머시 가이트너 미국 재무 장관이 독일의 좀 더 적극적인 역할을 요청하기 위해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 장관의 휴가지로 찾아간 일은 이런 상황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EU에서 독일의 발언권이 높은 이유 가운데 하나는 독일이 부담하는 EU 예산에 대한 기여금이 가장 많다는 것이다. 또한 유로 지역 재정 위기 당시 건실한 경제를 기반으로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있던 유일한 강국이면서, 저자가 지적한 대로 EU의 기본 원칙에 바탕을 둔 주장을 펼친 것도 그 요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독일은 EU 조약과 안정·성장 협약의 기본 정신에 기반을 두고 주장을 펴나갔다. 안정·성장 협약은 유럽통화동맹 회원국들이 매년 재정 적자는 GDP의 3% 이내, 정부 부채는 GDP의 60% 이하가 되도록 해야 한다는 내용의 협약이다. EU에서 가장 큰 사안이라고 할 수 있는 난민 처리 방식에 관한 제안에서도 그 바탕은 ‘가장 많은 난민의 수용’이었다고 할 수 있다. 간단히 말하면 독일은 EU의 기본 정신을 앞장서 지켜나가기 때문에 EU에서 발언권을 높여왔다고 할 수 있다.
저자는 이런 독일의 위상이 앞으로 20년 동안 계속될 것으로 예측한다. “독일의 견해는 앞으로 20년 동안 어떤 국가가 EU 회원국이 될지 정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EU가 무슨 일을 할지 정하는 데서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저자는 또한 독일의 한계에 대해서 이렇게 말한다. “확실한 것은 독일의 EU 주도가 주로 독일 자국의 이익을 보호하는 데 맞춰져 조정될 것이란 점이다. 독일은 자국 경제를 보호하기 위해, 그리고 자국 경제가 세계적으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힘을 행사한다. 그 이상의 근원적인 비전이나 목적은 없다.” 즉 EU의 미래를 보려면 독일을 이해하는 게 먼저다. 독자들은 영국 내 최고 유럽 전문가의 시각을 통해 독일이 주도하는 EU가 앞으로 어디로 나아갈지에 대한 실마리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 추천사

이 책은 온건한 정치문화와 지도자들의 책임의식을 강조하는 현대 독일에 대한 통찰력 있는 가이드다.
- 〈파이낸셜 타임스(Financial Times)〉

믿을 수 없을 만큼 잘 연구되어 있으면서도 대단히 재미있는 책.
- 〈더 인디펜던트(The Independent)〉

폴 레버는 가장 유명한 전직 독일 대사로, 독일과 EU를 잘 설명하고 있다. 이 우아하게 쓰인 책 안에는 생각할 문제들이 담겨 있다.
- 〈트리뷴(Tribune)〉

종이책 회원 리뷰 (11건)

독일 정치에 대한 맥락화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 c**********2 | 2020.07.21


독일정치에 관한 책을 읽은 것은 처음이다. 클라우스 오페 교수가 쓴 '덫에 걸린 유럽'을 읽었지만, 이는 유럽연합에서 독일의 역할에 대한 의구심에 대해 쓰인 책이라 독일에 관한 것이라기 보다는 유럽연합에 대한 책으로 보는 것이 좀 더 맞을 듯 싶다. 즉, 이를 제외하지 않더라도 순수 독일에 관한 책을 읽은 것은 부끄럽게도 이번이 처음이다.


저자는 영국인으로 유럽연합에서 일을 한 경험이 있다. 꼭 영국인이라는 것을 강조하려는 것이 아니라 독일인이 아닌 입장에서 독일의 정치력에 대해 제시하고 있어 눈 여겨 볼 필요가 있다. 제 3자의 시선이 완벽하게 녹아들어 있다. 물론 완벽한 내부인이 아닌 만큼, 구체적인 독일 정가의 맥락을 읽기 어려울 수 있겠지만, 다수의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책을 읽는 내내, 독일에 대해 자세하게 파악하고 있음을 어렵지 않게 유추할 수 있었다.


독일은 세계대전을 일으킨 전범국에서 경제선진국으로 확실하게 탈바꿈했다. 유럽통합을 통해 전쟁을 일으키지 않을 것을 증명해야 했다. 공교롭게도 독일이 시도했던 거대했던 경제통합의 길은 독일 통일이라는 예측되지 않은 내부적인 불안요소를 확실하게 해결하는 밑거름이 됐다. 통일된 독일의 경제력은 형펀이 없었다. 엄청난 공적자금이 구 동독 지역으로 이어져야 했으며, 기존 서독 지역의 불만은 커져만 갔다. 체제 차이에서 야기됐다고 하기에 양 쪽의 경제력 차이는 현격했으며, 이는 통일된 독일이 자칫 내려앉을 여지를 가진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그러나 독일은 확대된 유럽시장을 적극 공략해 나갔다. 제조업의 초강국인 독일은, 자국을 대표하는 숱한 기업들이 유럽 대륙으로 수출에 나섰다. 우리가 알만한 자동차 회사부터 화학업체까지, 경제가 통합된 유럽을 만나면서 이들의 성장은 도드라졌고, 자연스레 독일의 성장은 꾸준히 지속됐다. 그 결과, 중국의 부상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세계 3개 경제 강국으로 단단히 자리했으며, 현재도 1인당 국내총생산에서 미국, 일본에 이어 당당하게 위치하고 있다. 당연히 유럽 최대 경제대국의 자리는 여전히 독일이 꿰차고 있다.


독일이 전후 처리와 통일이라는 위기를 극복한 이면에는 확실한 대내적인 정책과 대외적인 통합이 들어맞은 결과이기도 하다. 독일은 핼무트 콜 총리가 유럽통합의 기치를 내걸었으며,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가 이를 집대성했다. 더 나아가 안젤라 메르켈 총리가 이를 완성시켰다. 유럽은 정치통일이라는 거국적인 합의에 다다르지 못했지만, 회원국들 중 가장 큰 경제력을 자랑하는 독일의 지도 아래 유럽연합도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자리까지 치고 올라갔다. 독일의 리더십이 없었다면, 유럽연합이 지금과 같은 역할을 도맡긴 쉽지 않았을 것이다.


책에는 독일 정치에 대해 자세하게 다루고 있다. 메르켈 총리 이전의 정치 현황부터 연방공화국인 독일의 특성과 이에 따른 정치 권력 구조에 대해 상세하게 언급하고 있다. 핵심은 5장부터다. 5장에서 프랑스와의 관계, 6장에서 유럽연합, 7장에서 유럽연합군대에 대해 거론하고 있다. 프랑스와의 관계는 유럽연합의 첫 삽을 뜬 관계인데다 이제 영국의 이탈로 독일과 프랑스의 역할은 더욱 중요하다. 이전에도 EU를 이끄는 위치에 자리했던 이들은 브렉시트를 맞아 협력과 공생에 대해 보다 긴밀하게 의견을 나눠야 한다. 물론, 그 와중에 리더십을 두고 경합하고는 있지만 크게 협력하는 기조는 변치 않을 전망이다.


6장에서 말하는 부분도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영국이라는 대국이 탈퇴할 때만 하더라도 유럽연합이 붕괴될 가능성이 거론되기도 했다. 그러나 유럽 내 분리주의가 판을 치는 가운데서도 유럽연합은 오히려 결속하고 있다. 회원국들은 탈퇴 후 맞게 될 불확실성과 내부 분란 문제를 영국을 통해 확실하게 봤다. 그런 만큼, 불확실한 탈퇴보다는 불완전한 잔류를 택하고 있다. 당연히 제목도 '그 어느 때보다 긴밀'하다고 말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책에서는 독일 내부 상황과 정당의 상황을 통해 독일이 유럽연합에 얼마나 적극적인지, 사안별로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을 독파한다고 해서 독일정치의 내막을 속속들이 이해하긴 어렵지만, 유럽연합에 대한 독일의 의도를 일정 부분 간파할 수 있다.


7장도 중요하다. 그러나 현실은 불가능하다. 정치적인 통합체로 나아가지 못한 유럽연합이 방위군을 갖는다는 것은 더욱 어렵다. 더군다나 EU 회원국 중 21개국이 미국이 주도한 북대서양조약기구에서 이미 안보 부담을 하고 있다. 물론 EU의 군대 보유가 가능하다면 미국과 NATO의 부담도 줄어들 수 있으나 반대로 각 회원국들의 부담이 늘어날 것이 확실한 만큼, 군대 창설은 당연히 어렵고도 가능하지 않은 사안으로 남아 있다. 저자는 이에 대해 여러 말을 가져와 설명하고 있지만, 한 줄로 설명하면 여전히 군대 보유 문제는 쉽지 않으며, 현실가능하지 않다는 점을 어렵지 않게 파악할 수 있다.


궁극적으로 독일은 메르켈 총리 사임 이후에도 리더십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재선이 된다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지만, 그가 재선될 확률 또한 높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결국에는 독일로 리더쉽이 귀결 및 유지될 것으로 짐작된다. 뿐만 아니라 현재 유럽집행위원회의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위원장은 독일 국방부장관 출신이다. 물론 유럽이사회의 샤를 미셀 상임의장이 프랑스 출신인 점도 간과할 수 없지만, 그간 유럽지도부(집행위 위원장 & 이사회 상임의장)에 독일 출신이 거의 없었던 점을 고려하면, 독일이 이전보다 더 주도적인 입장을 단단하게 구축해 나갈 여지는 충분해 보인다.


비록 독일은 군대를 보유하고 있지 않은, 경제력만을 가진 반 쪽자리 힘을 갖고 있지만, 폭 넓은 정치의식과 성숙된 사회의식을 통해 경제, 사회 모든 면에서 선진국으로 굳건히 군림하고 있다. 한국이 정치적으로 민주적이지만, 나머지 지표에서 민주적인 것과 거리가 멀고, 일본은 사회적으로 수준이 높지만, 정치적으로 민주적인 것과 상당히 이격되어 있는 것만 보더라도 독일이 다녀놓은 체제와 의식이 얼마나 대단하고 높은 수준인지 짐작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역내에서 독일의 역할은 더 증대될 것으로 예상되며, 적어도 현상은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 EU에서 독일을 대체할 만한 국가는 없으며, 당연히 독일도 이를 모르지 않고 있어서다.


blog.naver.com/seung4610

2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접어보기
구매 사회 경제 시스템에 구현되고 있는 독일의 과거사 인식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YES마니아 : 로얄 b*****3 | 2020.07.03

들어가며


2006년 겨울에 자식이 독일로 유학을 떠났다. 공부 마치고 다행히 기회가 닿아 자리를 잡을 수 있었고, 가정도 이루었다. 자식이 생업을 이어가는 곳이고 또한 아이들이 자라고 공부하는 곳이니 독일이 어떤 나라인지 관심이 가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렇기는 해도 잠깐씩 다녀온 것으로, 자식에게 또 아이들에게 전해 듣는 것으로 짐작하는 게 전부였다. 그런 내게 이 책은 제목만으로도 눈길을 끌었다.


저자 폴 레버(Paul Lever)는 40여 년 독일을 상대로 일해 온 영국의 외교전문가이다. 1980년대에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에서 일했고, 1990년대에는 영국 외무부 유럽국장으로 EU 업무를 담당했으며, 1997-2003년에는 독일 주재 영국 대사를 역임하였다. 평생 외교와 통상 전문가로 독일을 상대로 일해 오면서 체득한 풍부한 이해와 경험을 이 한 권에 녹여냈다.


책을 읽어가면서 겉으로 드러난 현상의 바닥에 ‘과거사 인식’이 깊게 자리 잡고 있는 걸 깨닫게 되었다. 그것은 전쟁범죄에 대한 책임에서가 아니라, 오히려 자신들이 다시 그런 전쟁범죄를 일으킬지 모른다는 두려움에서 출발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과거와 연관된 어떤 기억도, 어떤 실마리도 남기지 않으려 한다.


의도적으로 권력을 분산시켜 중앙정부에 권력이 집중되지 않도록 했고, 통일의 법적 효력이 발생한 날을 기억하는 것 말고는 국경일도 없다. 대신 1월 27일을 홀로코스트 추모일로 기억한다. 그저 기억하는 날로 보내는 것이 아니라 연방 하원에서 모든 정당 지도자들이 유대인에게 가한 박해를 상기하고, 그에 대한 자신들의 후회를 표현하며, 그와 같은 이념이 독일에 결코 다시 뿌리내리지 못하게 하겠다고 다짐하는 연설을 한다. 그리고 그런 정신을 사회와 경제 시스템 속에서 구현하고 있다. 이 책을 읽기 전에 관심을 두었던 일본의 과거사 인식과 너무나 달라서 오히려 당황스러울 정도였다.


1. 사회 경제 시스템에 구현되고 있는 과거사 인식


책을 읽으면서 독일은 국가로서보다는 민족으로 이해하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과거사에 대해 지나칠 정도로 낮은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그들의 의식 속에 스며있는 타민족 타문화에 대한 거부감을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독일은 자타가 공인하는 EU의 주축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축국으로서 가진 힘을 의식적으로 추구하지도 않고, 그런 힘을 행사하는 것을 독일 여론이 환영하지도 않는다. 영국의 한 독일전문가는 독일을 ‘마지못해 자리를 맡은 패권국(Reluctant Hegemon)’이라고 표현할 정도이다. 이는 “스스로 앞장 선 게 아니라 다른 나라들이 독일을 따르기로 결정했다”는 말로 표현되기도 한다. 스스로의 노력으로 경제적 정치적 재앙을 이겨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어떤 나라도 하지 못한 방식으로 자신들의 과거를 받아들이려고 애써왔다.


‘홀로코스트 추모’는 단지 모든 정당의 지도자들이 전쟁범죄를 인정하고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다짐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이런 정신은 현대 독일의 모든 문화와 담론에 스며들어 있다. 어린이들은 학교에서 나치와 홀로코스트에 대해 배우고, 강제수용소를 방문한다. 역사가와 사회학자들은 무슨 일이 일어났으며 왜 일어났는지에 대한 글을 지속적으로 발표한다. ‘국가’로 인식할 국가규모의 공공 행사도 없고, 통일기념일조차도 지역 차원을 벗어나지 않는다. 이는 집단적으로 자신들의 감정을 내보이는 일을 지나치리만큼 두려워하며, 혹시라도 그것이 나치가 선동을 목적으로 개최했던 연례행사인 ‘뉘른베르크 랠리’를 떠오르게 하지나 않을까 불안해하기 때문이다.


독일군은 세계 최고의 전투부대였다. 만슈타인, 롬멜, 구데리안의 전술은 아직도 군사학자들의 연구 대상이다. 그러나 독일에서는 누구도 그들을 영웅으로 칭송하지 않고, 자랑스러워하지도 않는다. 영국과 미국 관리 대부분은 독일 연방군의 역량을 대단히 높게 평가한다. 그러나 그들은 그 규모나 능력을 내세우지도 않고 대중의 관심을 끌려는 어떤 일도 하지 않는다. 병영 밖에서는 거의 눈에 띄지 않게 행동한다. 곡예비행팀도 없고, 의장대도 없다. 복무 중 숨지는 경우 시신은 눈에 띄지 않게 돌아온다. 돌아온 군인의 시신에 경의를 표하는 자리를 마련하는 것은 독일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이런 배경 때문에 유럽 어떤 나라도 독일을 군사적 위협요소로 보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독일 정부가 군사력 사용을 꺼린다는 점을 걱정할 정도이다.


과거사 인식과 관련해서 의아한 부분이 있다.


전쟁 복구 때 여성들이 핵심 역할을 했다. 남성 1백만 명 이상이 전쟁으로 목숨을 잃고, 3백만 명이 전쟁포로로 소련에 억류되어 있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일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들 중 상당수가 신체적 성적 폭력을 경험했다는 것이다. 베를린에서 10만 명 이상, 동독 다른 지역에서 150만 명 이상이 전쟁 직후 6개월 사이에 소련군에게 강간당했고, 다수에게 지속적으로 강간당한 경우도 많았다고 한다. 놀라운 것은 그들이 그것을 말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전문적인 상담 같은 것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들은 그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살아나갔을 뿐이라는데, 어떻게 그게 가능했는지 모르겠다. 과문한 탓이기는 하겠지만, 그런 이야기는 듣느니 처음이었다. 여기에 어떤 의미가 있고,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 일일까?


독일과 일본은 제2차 세계대전 동맹국이었던 전범 국가이다. 비록 짧은 지식에 불과하지만, 내가 아는 바로는 양국의 과거사 인식과 그것이 실제로 구현되는 모습이 판이하다. 무엇이 그들을 과거사에 다르게 반응하게 만들었을까? 전쟁범죄의 내용이 달랐던 것일까, 주변국의 대응이 달랐던 건 아닐까, 민족적 특성 때문인가, 질문이 꼬리를 잇는다. 앞으로 관심을 두어야 할 부분이다.


2. 독일 통일


독일 통일은 ‘흡수 합병’이 아니었고, ‘평등한 합병’도 아닌 ‘합의된 인수’였다. 그 결과 서독의 기관들은 변화 없이 계속 유지되었지만 동독의 기관들은 사라졌다. 동독이 이룬 어떤 업적도 기념되지 않았고, 어떤 특성도 존중되지 않았으며, 어떤 전통도 유지되지 않았다. 마치 동독이라는 나라가 존재하지 않은 듯 했다. 이는 ‘제2차 세계대전에 대한 과거사 인식’과 같은 의식구조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통일에는 경제적 사회적 대가가 따랐다. 서독과 동독의 마르크 환율을 1:1로 적용한 것은 동독 기업들에게는 대재앙이었다. 많은 동독 기업들은 그냥 파산하고 말았다. 1990년대 초반 동독 기술의 보배였던 엔옵틱에서 노동자 1만8천 명을 해고했는데, 이는 아마도 단일 해고로는 세계 역사에서 가장 큰 규모일 것이다. 1997년까지 동독은 1990년 이전에 보유하고 있던 산업 생산능력의 70%를 잃었다.


동독 국민들의 엄청난 고통 못지않게 서독 국민들도 엄청난 희생을 치렀다. 1990년 이후 20년 동안 서독 사람들은 동독의 재건과 사회적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자신들의 소득에서 특별연대세금을 내야했다. 통일은 모두가 고통을 감내해야 할 일이며, 아름다운 무지개만은 아니라는 말이다.


3. EU 주축국으로서 독일의 위상


더타임즈 외교 담당 편집장이 “유럽의 제1철칙은 암기할 수 있을 정도로 간단하다. 유럽이 제안하고 앙겔라 메르켈이 처리한다”고 밝힐 만큼 EU 안에서 독일의 위상은 확고하다. 독일은 2000년대 후반 글로벌 금융위기와 2010년대 초반 유로 지역 재정 위기를 통해 EU에서  위상이 강화되었다. 이 위기에서 독일은 건실한 경제를 바탕으로 주도적 역할을 감당했고, 기여금도 어떤 나라보다 많이 부담했다. 독일은 EU의 기본정신을 앞장서서 지켜나가기 때문에 발언권도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EU와 유로는 독일에 엄청난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주었다. EU는 독일이 과거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해주었고, 민족주의 국가처럼 보이지 않으면서 세계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틀을 제공했다. 그러니 독일 정치계가 EU를 전적으로 지지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유럽이사회와 유럽의회에서 독일 대표들은 EU 전체에 노동자 권리, 노동 시간, 노동조합 역할, 오염 기준과 관해 자국의 규제를 반영하자는 주장을 끊임없이 펼치고 있다. 그러나 자국 산업분야에 불이익이 될 일에는 반대한다. 자국 내에서는 심한 규제를 통해 시장을 철저하게 보호한다. 모든 것에 면허가 필요한데, 독일 거주자가 아니면 이런 자격을 얻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이런 모든 규제에 품질을 보장하고 소비자를 보호한다는 명분을 앞세운다.


독일이 유럽 경제에 갖고 있는 청사진은 단순하다. EU는 가능한 독일과 비슷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독일도 다른 서유럽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미국의 마셜에이드 수혜를 입었다. 그러나 이후 수십 년에 걸친 경제발전은 독일인 스스로의 노력으로 이룬 것이라고 믿는다. 독일인들은 이런 성공을 자랑하지는 않지만 그렇기 때문에 다른 유럽 국가들이 독일의 자원을 공유해야 한다는 주장에 회의적이며, 독일인의 ‘근면함’을 공유하지 않은 국가를 돕는 일에 인색하다. 이런 성향은 그리스 국가부채 위기 때 여지없이 드러났다.


2015년 그리스 총선에서 승리를 거둔 급진좌파가 독일에게 부채 탕감과 제2차 세계대전 때 독일이 입힌 피해에 대한 보상을 요구했다.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부채를 갚을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메르켈 총리는 그리스가 약속했던 내부개혁을 충실히 지킬 것을 요구했다. 부채무효화 가능성은 원천 배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EU 어느 회원국도 이를 비판하지 않았다. 부채무효화로 인한 부담을 오롯이 독일이 져야했기 때문이었다. 독일로서는 자신들의 ‘근면함’을 공유하지 않는 나라를 위해 부담을 감내할 의사도 없었고, 이것이 선례가 되어 후일에 다른 부담을 져야할 가능성도 고려했을 것이다.


그리스는 국민투표로 이에 저항했다. 그래도 독일 정부는 흔들리지 않았고, 협상 테이블을 떠날 준비가 되어있음을 내비쳤다. 그리스에게 탈퇴 압력을 가한 것이 아니다. 다만 그리스가 EU를 떠나겠다면 막지 않을 것이며, 계속 머물겠다면 독일이 제시한 조건을 지켜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했을 뿐이다. 그 결과 그리스는 국민들이 부결시켰던 것보다도 훨씬 엄격한 긴축정책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저자는 “현재의 추세로 보아 앞으로 20년 동안 EU는 독일이 하는 일과 하지 않는 일로 나뉠 것이며, EU의 역할이 주로 독일 자국의 이익을 보호하는데 맞춰질 것이고, 독일은 자국 경제를 보호하고 자국 경제가 세계적으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힘을 행사할 것”으로 예상한다. 또한 “그 이상의 근원적인 비전이나 목적은 없다”고 본다. 이는 자신의 역량을 굳이 축소할 생각은 없지만, 그것이 어떤 경우에도 과거사로 연결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잠재의식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한다.


4. 영국과 미국에 대한 관계 변화


영국이 독일의 점령국으로, 이후에 보호 세력으로 취한 행동은 많은 독일인들의 호감을 얻었다. 1945년 전쟁 직후 영국 정부는 자국이 책임진 독일 영토에서 정치적 재교육과 사회 공공 기반 시설에 자원을 투자했고, <디 벨트>와 <데어 슈피겔> 같은 신문 잡지를 만들고 편집의 독립성을 보장했다. 미국인들이 한동안 독일을 비산업화 소작농 사회로 전락시키려는 모건도 계획을 장난삼아 건드린 반면, 영국 정부는 처음부터 독일 산업을 재건하고 독일을 주류 유럽에 다시 통합시키려 했다. 미군들은 대부분 영내에 머물면서 자기들끼리만 어울리고 자기 시설을 중심으로 생활한 데 반해, 영국군은 지역민들에게 자신들의 스포츠 시설을 개방하고 자신들의 행사에 지역민을 초청했으며 지역의 지도자들과도 긴밀한 관계를 맺었다. 많은 영국 군인들이 독일인과 결혼했고, 군복무를 마친 뒤에도 독일에 남아 영국 기지나 더 넓은 독일 경제 영역에서 일하기도 했다. 독일인들에게 보호자이자 친구가 된 것이다.


이런 양국의 밀월 관계는 대처 수상이 독일 통일을 반대하면서 금이 가기 시작했다. 이에 반해 미국은 독일의 안보를 책임지면서 대중의 지지를 얻었고, 나아가 1989-1990년 대통령 후보였던 조지 부시가 독일인들의 통일 염원을 지지하면서 이 분위기가 한층 고조되었다. 이는 미테랑의 의구심이나 대처의 노골적인 반감과 극명한 대조를 이루었다. 이런 관계는 최근 미국이 양국 신뢰의 바탕이었던 안보협력을 흔들고 나서면서 변화를 맞고 있다. 그렇기는 해도 당장 어떤 변화가 일어나기보다는 적절한 수준에서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예전만은 못해도 나름 호의적이었던 영국과의 관계는 영국이 브렉시트를 결정하면서 변하고 있는 건 분명해 보인다. 그동안 브렉시트가 EU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했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오래 전부터 영국의 행보가 EU와 거리가 있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브렉시트 투표 당시 이미 EU에서 반쯤은 떨어져 나온 셈이어서 영국 국민이 잔류를 선택한다고 해도 이런 상태가 바뀔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는 말이다. 따라서 영국을 EU에 잔류시키기 위해 독일이 대가를 치를 유인이 크지 않았다는 것인데, 그동안 독일이 브렉시트에 대해 보였던 반응이 이제 이해되었다. 영국의 한 텔레비전 인터뷰에서 영국이 EU를 떠난다면 독일은 어떤 반응을 보일 것인가라는 질문에 독일 고위 당국자는 ‘눈물을 흘릴 것’이라고 답했다. 그렇게 눈물을 흘렸으면서도 독일 정부는 여전히 잘 지내고 있다.


물론 일각에서 영국 없이는 EU의 외교 정책이 치명적으로 약화되고 평판이 손상된다는 주장이 나오기는 한다. UN 안전보장이사회의 상임이사국인 영국이 떠난 EU에 누가 관심을 기울이겠느냐는 것이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UN 안전보장이사회에 EU가 들어가고, EU 대사관이 각국 대사관을 대체하며, 세계무대에서 EU가 단독으로 목소리를 내고, EU 연합군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U가 독자적으로 NATO에 가입할 수도 있다. 영국에게는 악몽과 다름없는 시나리오가 될 것이다. 문제는 독일이 그럴 의향이 없어 보인다는 점이다. 이것도 과거사 인식에서 비롯된 것일까?


5. 독일 제조업


독일은 선진국 중에서 제조업 종사자들을 가장 대우하는 나라가 아닌가 한다. 대체로 독일의 대형 회사들은 제조기술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 경영을 맡는다. 물론 그 회사들은 회계사나 마케팅 전문가들을 고위 간부로 두고 있다. 하지만 최고 경영자는 그런 전문가들보다는 생산이나 품질 관리 분야에 경험이 있는 이들이 포진하고 있다. 본사도 생산 중심지에 자리 잡고 있으며, 본사가 있는 지역에서 최고 경영진과 고위 관리자를 찾는다. 프랑스와 영국의 많은 제조업체들처럼 국가의 수도에 있는 경영자 집단에서 찾는 것이 아니다.


성공적인 대기업이 이토록 많은 독일에는 세계적으로 알려진 경영대학원도 없고, 독일의 고위 관리자들 가운데 경영대학원을 다닌 이들도 거의 없다. 독일에서는 전통적으로 일반적인 경영 능력이 특정 산업분야에 대한 지식보다 높이 평가받아오지 못했기 때문이다. 독일에는 영국과 같이 은퇴한 장관이나 관료가 기업의 이사회를 차지하는 일도 없다.


독일에서는 공동결정이 일반적이다. 심지어 고용주들도 이를 지지한다. 고용주들은 공동결정을 통해 모든 직원은 자신들이 일하는 회사에 소속감을 가지게 되고, 그 결과 회사의 번창을 원하게 되며, 따라서 노동자들의 창의력을 잘 활용할 수 있다고 말한다. 또한 노동조합이 의사결정에 개입하고 임금협상에 대한 재정적 배경을 알고 있기 때문에 파업이나 다른 노동쟁의 행위가 줄어든다고 한다.


그러나 그것은 독일인에게 한한다. 오스트리아나 스위스 사람을 제외하고 독일인이 아닌 사람이 독일 제조업체를 경영하거나 고위 경영진을 맡는 경우는 없다. (독일을 국가보다는 민족으로 이해하게 된 이유 중 하나이다.) 독일 기업의 해외 자회사들 역시 보통은 독일인이 이끈다. 대부분의 독일 대기업은 세계각지에 생산시설을 두고 있다. 하지만 직원 대표들은 오직 독일인뿐이다. 이는 그 생산시설에서 새로운 자동차 모델을 만들거나 새로운 시설이 필요할 경우 객관적인 결정을 내리기 어렵게 만든다. 그리고 이것이 같은 기업에서 일하는 독일인과 비독일인 종업원 사이의 차별을 만들어 낸다.


6. 이민과 난민


1960년대 말에 인력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받아들였던 터키 이민자들은 처음에는 환영을 받았다. 독일인들은 그들이 고국에 가족을 남겨두고 와서 몇 년간 머물다가 고향으로 돌아가거나, 자리를 잡은 사람들은 곧 독일인과 결혼하고 독일에 동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터기 이민자들은 독일에 남아 가족들을 불러들이고, 그 자녀들도 고국에서 배우자를 찾았다. 현재 독일에는 4백만 명의 터키 출신 사람들이 살고 있으며, 대부분 도심 지역에 산다.


이들 중 일부는 사회에 통합되기도 하지만 대다수는 터키인으로 남아 있다. 그들은 모여 살고 자신들끼리만 어울린다. 독일 국적을 취득한 사람은 절반이 못된다. 독일 국적을 얻기 위해서는 터키 국적을 포기해야 하기 때문인데, 그들은 독일 국적을 얻기 위해 터키 국적을 포기하는 것을 지나친 대가로 여긴다.


대부분의 경우 독일 국적을 신청하는 사람에게 이전 국적을 포기하라고 요구하는 것만 아니라 기존 독일 사회에 완전히 동화되기를 요구한다. 독일에는 다문화주의라는 개념에 대한 열의가 전혀 존재하지 않았다. 독일어에서 ‘다문화’라는 말에는 경멸적인 의미가 담겨 있다고 한다. 헌법재판소는 교실에서 히잡 착용을 금지할 권리가 있다는 판결을 내렸다. 라이프치히 지방법원은 이슬람 교리 때문에 남녀가 함께하는 수영 수업을 면제받을 수 없다고 판결했다. ‘독일사회의 기준은 학생의 종교적 신념보다 우위’에 서기 때문이다.


시리아 난민도 다르지 않다. 의식적으로 통합을 위해 노력하는 난민들, 즉 언어를 배우고, 자격증을 따고, 열심히 일하고, 독일인처럼 옷을 입는 난민들은 환영하고 이웃들은 그들을 맞이한 걸 자랑스럽게 여긴다. 하지만 빈민가에 모여서 아내와 딸들에게 히잡을 쓰라고 우기고 자신들의 공동체 외부와 섞이지 않으려 하는 사람들에게까지 너그럽지는 않다. 독일인이 되고 싶다면 독일인과 다른 자신의 정체성을 유지할 것이 아니라 기존 독일 사회의 문화에 스며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나가며


자식이 공부하던 베를린에 갔을 때 터키인이 상당히 많아 놀랐다. 터키인이 많은 것 자체가 놀랍다기보다는 그들이 집단으로 자기 문화를 향유하고 있다는 점 때문에 그랬던 모양이다. 하지만 그들이 주류가 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였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 이유를 어렴풋이 이해하게 되었다. 정체성을 유지할 것이냐 독일 사회에 동화될 것이냐 하는 갈림길에서 그들은 정체성을 선택한 것이니 주류가 되기를 오히려 거부하는 것이라고 봐야 하지 않을까.


자식이 살고 있으니 무엇보다 인종차별에 대해 예민할 수밖에 없다. 외형적으로는 드러나지 않지만 지금까지 보고 들은 바로는 외지인에 대한 배타적인 시선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다행히 외지인에 대한 배타적인 시선이 자식 가족에게는 덜한 것으로 보이는데, 아마 그들 문화에 쉽게 동화되었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자식 내외가 모두 기독교 가정에서 자라나 음악을 공부했으니 그들 문화에 거부감이 없었을 것이고, 상식과 합리를 중요하게 여기는 우리 가족의 사고방식 또한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자식이 오페라 가수로서 그들의 문화 한복판에서 일한다는 것도 거부감을 줄일 수 있는 이유 중 하나일 것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보다는 민족으로 이해해야할 독일 사회’에 동양인으로서 주류에 편입되는 건 쉽지 않아 보인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독일은 국가로서보다는 민족으로 이해하는 게 정확해 보인다. 과거사 인식 때문에 최대한 몸을 낮추고 있기는 하지만, 파괴된 경제를 스스로 일으켰다는 자부심, 자신들의 문화와 근면함을 존중하지 않는 이들에 대한 배척, 기업 경영을 게르만 이외에 개방하지 않는 폐쇄성을 이 책에서 발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민족성은 자국 산업과 소비자를 보호하는 정도를 지나 EU에 자국의 규제를 반영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자국 산업에 불이익을 미치는 EU의 정책을 드러내고 반대하기에 이른다. 이들의 과거사 인식이 그만하기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그들의 독단이 적지 않는 파장을 일으켰을 것으로 보인다. 지나친 생각일까?


제목 그대로 <독일이 어떻게 유럽을 지배하는가> 궁금해서 고른 책이었다. 과연 자식이 앞으로 계속 생업을 이어가고 아이를 키울 수 있는 곳인지, 그럴 만큼 경제적 사회적 여건이 받쳐줄 수 있을지, 혹시 동양인이라는 차별은 받지 않을지 궁금한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다행히 많은 의문을 해소할 수 있었다. 독일에 대한 책 중 이만한 지침서는 찾기 어려워 보인다. 독일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시간을 투자하는 게 조금도 아깝지 않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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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연합을 주도하는 독일, 과연 유럽 연합의 미래의 모습은?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지***사 | 2019.04.21

이 책 <독일은 어떻게 유럽을 지배하는가>라는 책은 평소 유럽 연합에 가지고 있던 관심 때문에 또 앞으로 유럽 연합의 모습이 어떻게 변할까 하는 궁금증 때문에 보게 된 책이다. 책 제목에서 지금까지의 유럽 연합의 모습을 형성하는데 독일이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는 것을 유추해 볼 수 있었는데, 과연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을지 기대가 되었다.


책은 시대에 따른 유럽 지역의 정치적 역학 구도 유럽 연합의 움직임을 철저히 독일 시점으로, 독일 중심으로 서술하고 있었다. 물론 처음부터 독일이 주도권을 잡은 것은 아니었지만 어쨌건 현재 유럽 연합은 독일이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유럽 연합의 움직임이 결정된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만큼 독일의 힘이 현재 유럽 내의 상황에서는 절대적이라는 이야기인데 세계대전의 패전국으로 정말 먼지만 남았던 폐허 속에서 어떻게 현재의 모습을 일궈 내었을까,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독일의 이런 저런 모습들은 지금 우리 나라의 모습과 많은 면에서 오버래핑 되었었다. 전쟁의 패허 속에서 일궈낸 라인강의 기적(우리만의 표현이라고는 하지만)과 한강 기적, 분단 국가에서 먼저 이뤄낸 동서독의 통일 그리고 아직은 분단국가지만 통일을 이루고자 하는 분위기 속에서 우리가 어떤 자세를 가져가야 할 지 등 여러 생각들을 하게 되었다.

 

개인적으로는 앞으로의 유럽 연합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것은 제정적인 연합(유럽 연합 차원에서 제정을 거두고 사용하는 문제)와 유럽 연합군이라는 군대 창설이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책은 과연 어떤 국가가 EU에 남아 있을까와 EU가 무엇을 할까라는 조금은 포괄적인 질문을 하고 있었다. 이 책을 보기 전까지 유럽 연합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건 브뤼셀의 유럽연합 본부였다. 그리고 여행할 때 비자 없이 넘나들수 있다는 것이나 유로화가 생각났었는데 이 책 <독일은 어떻게 유럽을 지배하는가>를 통해 이전에 가지고 있던 막연한 생각들이 좀 더 현실적인 이야기로 다가왔다. 역사책을 읽듯이 독일의 이야기로 유럽 연합의 이야기들을 읽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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