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인구의 약 50퍼센트 이상이 도시에 산다고 한다. 주위를 둘러보면 도시에 사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되는 사람도 많기 때문에 이 수치가 별 거 아닌 것 같아 보이지만, ‘전 세계’라는 데 방점을 찍고 보면 어마어마한 수치다. 전 세계의 1퍼센트를 좀 넘는 면적이 그만큼 살고 있다는 얘기니까 말이다. 그렇게 모여 살면서 도시는 창의성을 배양하는 엄청난 자양분을 제공했다고 한다. 사람들의 접촉이 늘어나면서 아이디어의 교환이 늘어나고, 그게 창의성의 증진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그 효과는 산술적인 것이 아니라 기하급수적인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도시는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사람들이 모여 살면서 생기는 문제다. 도시민들은 에너지를 더 많이 쓰고 있으며, 온갖 오염 물질들도 더 많이 만들어낸다. 교통 문제 등으로 낭비하는 시간과 에너지도 엄청나다. 지구의 문제는 대체로 도시의 문제이기도 하다.
사실 도시는 인간의 발명품이라고 할 수 있다. 모여 살면서 얻을 수 있는 이익이 많았기에 퍼져 나갔고 지금의 거대 도시까지 생겨났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 도시는 어떻게 움직이는 것일까? 도시를 만들고 지탱하는 과학은 무엇일까? 로리 윙클리스가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아간 것이 바로 그런 것이다.
로리 윙클리스는 도시의 역사에 대해서는 과감히 생략하고 현대의 도시에 집중하고 있다. 현대의 도시를 이루는 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그것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서 현재에 이르렀는지, 그것의 이점과 단점이 무엇인지, 단점을 극복하기 위한 과학자, 공학자들의 노력은 무엇인지, 그래서 도시의 미래는 어떤 것일지, 그런 것들에 대해 찾고 답하고 있다.
그녀가 현대 도시의 핵심으로 삼고 있는 것은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빌딩, 전기, 상하수도 시설, 도로, 자동차, 열차, 네트워크.
어찌 보면 도로나, 자동차, 열차와 같은 것은 다 한 주제로 묶을 수 있는 것인데 나눈 것이 이채롭다. 아마도 각각의 것들이 그만큼의 중요성을 갖고 있다고 판단한 것일지도 모르겠고, 또 그만큼의 글 분량이 나오고 있기도 하다. 그리고 그것들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들이 서로 연관되어 있기도 하지만 또 개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기도 한 사정과도 관련이 있는 듯하다.
도시의 과학을 설명하기 위해서 수백 미터를 가뿐히 넘는 빌딩이 이루는 마천루(나는 이 책에서 마천루의 마천이 摩天, 즉 ‘하늘을 긁는다’라는 뜻이라는 걸 처음 알았다. 영어(skysacper)로도 그런 뜻인데 미처 몰랐다)에서 시작하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바로 그게 도시의 외관이니까. 역시 당연한 얘기지만 그저 높이 올리는 기술만이 전부가 아니다. 높이 올릴수록 부딪히는 문제를 해결하면서 지금의 부르즈 할리파나 롯데월드타워 같은 초고층빌딩이 나왔다.
빌딩이 도시의 외관을 장식한다고 한다면 그 안에서 정작 도시를 움직이는 것은 전기나 상하수도 시설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부분에서는 로리 윙클리스도 전기나 상하수도 시설에 관한 역사를 얘기하지 않을 수 없는데, 인상 깊은 부분은 전기가 어디서 없는 것을 만들어낸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또한 현재 전기를 생산하는 게 도시가 아니란 점이다(물론 미래에는 그렇게 될 수도 있다). 그러니까 도시는 도시가 아닌 지역에 도시를 움직이는 동력을 얻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도로를 ‘도시의 혈관’이라고 한 것은 매우 적절해 보인다. 딸이 도시를 만드는 게임에 대해서 얘기하면서 가장 신경 쓰이고 늘 실패하는 게 도로를 만드는 것이라고 하는데, 아무리 계획된 도시라고 하더라도 도로 문제는 잘 해결이 되지 않는 문제라는 점에서 정말 민감한 문제라고 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이 도로 얘기를 하면서 많은 할애한 것은 다리인데, 어쩌면 저자가 다리에 더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이미 얘기했지만 도로와 자동차, 열차는 불가분의 관계가 있다. 모두 이동을 위한 수단이니까 말이다. 그런데 이 부분에서 집중하는 부분이 좀 다르다. 자동차는 미래에 관한 얘기인데 반해서, 열차는 현재에 더 많이 할애하고 있다. 자동차가 발전할 여지가 많고, 열차는 그렇지 않은 것 같은 이유가 있기도 하다. 그런데 열차 역시 그 역할이 다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고, 여러 면에서 미래에는 달라질 것은 분명하다.
도시에 이 모든 것들은 네트워크를 통해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의미를 갖게 된다. 그런 면에서 네트워크야말로 도시의 전제 조건이면서 결과이기도 하다. 로이 윙클리스는 GPS 등과 같은 네트워크를 가능케 하는 과학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는데, 이런 GPS에 우리가 의존하는 정도를 보니까 문득 걱정이 든다. 이 GPS가 문제가 생기면 우리의 생활은 어떻게 될까? 도시는 편리하지만, 또한 견고해보이지만, 그 바탕에는 매우 허약한 부분이 있다는 얘기다.
도시는 발전할 것이다. 그저 무인 자동차로 이동하고, 도시에서 작물을 키우고, 빌딩의 벽면에 설치한 장치로 태양열 발전을 하는 등의 얘기이기도 하지만, 그보다 더 본질적인 면이 달라질 수도 있다. 어쩌면 사람 사이의 연결의 질이 달라질 수도 있다. 지금보다 매우 파편적이 될 수도 있지만, 그 반대일 수도 있다. 도시가 자생적인 능력을 더 키울 수도 있고, 혹은 너무 거대해지면서 쇠락의 길로 접어들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보면 도시는 아직도 여러 갈래 길에서 가능성을 지닌 존재다. 지금도 도시는 과학을 통해 만들어졌고, 지탱되고 있고, 앞으로도 과학이 그 길을 밝히겠지만, 결국은 사람이 그 과학을 이용할 것이다. 그래서 문제는 사람이지 않을까
도시를 구성하는 것들 중 빌딩, 전기, 상하수도, 도로 자동차, 열차, 네트워크 로 나누고 거기에 들어간 과학기술들을 설명해준다. 어떤 것들은 몰랐던 것들도 있고 어떤 것들은 이미 아는 것들도 있었다.
볼만은 했지만 그렇게 인상적인 내용이 많지는 않았다. 현재의 기술 뿐만 아니라 미래에 대한 기술도 상당히 할애를 했는데 아직 완전히 검증되거나 실용화되지 않은 기술도 많았다. 이 부분이 오히려 관심이 있었던 현재의 기술부분의 분량을 줄여버린 것 같아 아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