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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기고] 델리아 오언스 “사랑은 삶을 지속하기 위한 전제 조건”
2019년 07월 12일
[이주의 신간] 『정신의 삶』 『가재가 노래하는 곳』 외
2019년 06월 19일
주변 모든 사람들이 추천했던 책을 드디어 만났는데요. 어떤 책이길래 그토록 사랑받은 베스트셀러였을지 궁금하긴 했었어요. 하지만, 모든 것은 인연이 있는 법이잖아요. '가재가 노래하는 곳'과 저의 인연은 지금이었던 거 같아요. 이야기의 주인공인 카야가 만났던 모든 인연들처럼 말이죠. 카야가 겪었던 모든 사건들처럼 말이죠.
부랑아, 패배자, 실패자들이 머무는 곳. 하지만 모두의 비밀을 숨겨주는 늪지에서 살고 있는 카야. 그녀가 주인공인 이야기였는데요. 가난과 싸움에 지쳐버린 그녀의 엄마는 떠나고, 연이어 언니와 오빠들도 하나둘씩 떠나버리고, 유일한 수입원인 연금을 술과 도박으로 탕진하던 아버지까지 사라집니다. 이제 그 쓰러질 듯 한 집에 남은 건 어린 소녀 카야 혼자인데요.
외롭고 외롭고 외로웠을 소녀. 그런 그녀에게 다가온 두 명의 남자가 있었는데요. 친절하고 다정하고 이해심 많은 테이트는 그녀의 순수함에 반해버렸지만 안타깝게도 어긋나버리고 맙니다. 동네 최고의 인기남이자 바람둥이 체이셔는 그녀의 거친 매력에 매료되지만 그녀의 마음을 채워주지 못하고 그 매력만을 원합니다. 한 명의 소녀와 두 명의 소년의 사랑 이야기? 이게 전부가 아니었어요. 늪지에 홀로 살아가는 소녀의 안타까운 이야기? 이것도 아니었답니다. 한 명의 죽음으로 시작되는 스릴러였거든요.
사실 개인적으로 이 책은 너무나도 읽기 힘들었어요. 읽다 보니 내용이 어떻게 전개될지 보였거든요. 모든 의심을 뒤집어쓰게 되는 비극의 여주인공! 가난과 차별로 늪지 소녀를 모두가 범인이라 손가락질하는 이야기! 그녀의 행복을 빌었지만, 그녀의 불행에 가슴 아플 것을 너무나도 예상되었거든요. 너무 몰입되어 버릴까 봐 살짝 거리를 두고 조금씩 조금씩 읽었답니다. 그래서 다른 책들보다 완독하는 데 더 시간이 걸렸어요.
하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었네요. 아름다운 늪지를 사랑하는 카야의 마음과 삶에 대한 묘사들, 홀로 남은 소녀의 외로운 감정들, 그녀를 향한 차별로 인한 문제들, 그리고 사랑. 많지는 않았지만, 그녀를 도와주는 손길들 덕분에 행복한 결말을 맞이한 이야기였어요. 한 가지 놓친 게 있다면, 이 소설은 스릴러였다는 거! 마지막 반전에서 제대로 한 방 먹었네요!
역시 베스트셀러 작품답게 작년에 영화로 개봉되었답니다. 개봉 당시 영화를 봐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블록버스터 영화들에게 밀려서 순식간에 기회를 놓쳐버렸네요. 그래서 이번에 마음먹고 책부터 만났는데요. 다 읽고 나니 아름다운 자연과 습지 소녀의 성장, 긴장감 넘치는 법정 다툼을 어떻게 영상으로 담았을지 궁금하더라고요. 영화도 봐야겠어요. 제가 상상했던 장면들이 잘 담겨있을지 궁금해졌거든요.
책을 읽는데 오래 걸렸다. 적은 분량은 아니지만 엄청 두껍지는 않고, 지루하거나 취향에 맞지 않는 소설도 아니다.
그냥 이 책은 천천히 읽혀졌다. 카야의 삶을 옆에서 차분히 관망하듯이 읽는데 문장을 쫓아 달리거나 책장을 서둘러 넘기기 싫은 기분이었다.
습지에 사는 꼬맹이가 엄마와 언니 오빠들이 다 떠나고 망나니같은 아버지와 단 둘이 살다가 아버지도 떠나버리고 혼자 남게 된다.
그 뒤로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습지에서 살아가는데 그 어린 나이에 점핑아저씨와 메이플 아줌마가 없었다면, 테이트가 없었다면 어떻게 되었을지 남의 이야기 같지 않다.
테이트에게 글을 배우고 습지 전문가로 유명한 작가가 되지만 살인사건에 휘말리고 재판이 벌어진다.
사실, 범인은 누구나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재판정에서의 카야의 모습은 또 사람을 울컥하게 한다.
그래도 좋은 변호사와 끝까지 함께 해주는 테이트, 점핑, 메이플과 몇몇 이웃들의 도움으로 덩달아 위로가 된다.
습지의 묘사가 탁월해 카야와 함께 사는 듯한 기분이 들 때가 종종 있다. 그래서 그렇게 책장을 넘기기 싫은 기분이 들었나보다.
작품 중간중간 나오는 시들의 정체야말로 예상 못했던 부분이라 신선했다.
카야의 아버지는 전쟁터에서 부상을 입고 명예제대했는데 속내용은 말하기 부끄러운 부분이 있어, 그 감춰진 속내로 인해 난폭한 성질을 갖게 된 게 아닌가 생각이 들어 조금은 안쓰러운 감정이 든다. 아마도 대부분 동의하지 않겠지만...
개봉은 했다고 하는데 언제, 어디서 했는지 찾기 어렵다.
보고 싶은데.. 영상이 오히려 실망스러울까 망설여지기도 한다.
오랜만에 굉장히 완성도 있는 글을 읽었다. 넷플릭스 영화로도 개봉한 이 책은 카야라는 한 여자의 일대기같은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어릴적 가족들에게 버림받고, 마을에서도 배척당하며 언젠가 돌아올 가족을 기다리고 함께 지낼 무리를 상상하지만 결국 여러번의 배신과 배척으로 인해 그녀는 사람들을 두려워하고 사회에 섞이길 거부한다. 그녀 스스로가 배타적인 삶을 살면서도 한편으로는 한평생 자신의 몸을 두르고 있는 외로움을 이기지 못하고 자신에게 다가오는 테이트와 체이스를 거부하지 못한다. 그리고 그녀는 그들에게 또 버림받고, 배신당한다.
단순히 그녀의 내면적 외로움만을 담고 있었다면 이야기가 좀 지루했을텐데, 살해당한 체이스를 카야가 죽였다고 지목되면서 이야기는 진실을 찾는 미스테리 장르로 변모한다. 보안관들과 마을 사람들이 그녀를 범인으로 지목하고 몰아가는 장면들과, 카야와 테이트, 체이스의 이야기가 번갈아가며 나오면서 이야기의 구성과 연출은 좀 더 풍부해진다.
배경이 미국 남부 노스캐롤라이나주 아우터뱅크스라는 습지인 만큼 전체적으로 이 책은 축축하고 어두운 습기를 머금고 있는것 같다. 아직 영화를 보지는 못했지만 이 책의 빽빽한 활자만으로도 카야의 외롭고 우울한 습지생활이 머릿속에 잘 그려진다.
굉장히 흡인력있게 전개되어 분량이 상당한데도 지루함없이 잘 읽었다. 마지막에 반전이랄지 예상된 결말이랄지 모르겠지만 여튼 체이스에 관한 진실은 사실 크게 놀랍진 않았다. 다만 카야의 지독하게 외로웠을 그 삶이 불쌍했다. 사람들을 미워하고 두려워한것은 자신이 아니라, 사람들이 자신을 미워하고 멀리했다고 말하는 카야의 오랜 아픔이 나를 눈물짓게 만들었다.
그래도 그녀를 곁에서 보듬어주고 성장시켜준 테이트와 점핑, 메이블같은 따뜻한 사람들이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그녀는 쭉 혼자였지만 그렇다고 완벽하게 혼자이지는 않았다. 어쩌면 학교도 다니지 않고 부모의 보살핌도 받지 못했지만 똑똑하고 강인하게 자랄수 있었던것은 곁에 있던 사람들 덕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법정에서 마지막으로 배심원들에게 호소하던 변호사의 말은 결국 그녀가 달라서 우리가 배척한것인지, 우리가 배척했기에 그녀가 다르게 만들어진것인지 과연 그 다름은 무엇인지 다시금 생각해보게 만든다.
이것은 한 소녀의 외로운 삶 안에 우리 사회가 갖고있는 온갖 모순들을 다시금 생각할수 있도록 장치해둔 소설이다. 보호자 없는 고아, 유색인종, 여성이라는 온갖 사회적 약자의 집합체인 카야가 혼자서 이겨내야했던 아픔과 괴로움에 가슴이 먹먹해진다.